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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E'S JOURNAL/SOUTH AMERICA

남미의 파리,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를 가다

 

아직 많은 한국인들에겐 낯선 여행지라면 남미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멀기도 하지만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에게도 남미는 아직 여행하기는 선뜻 선택하지못하는게 현실이다.

 

몇년전부터 한국의 배낭여행족들 사이에서 남미 횡단 여행이 서서히 붐을 일으키면서 많은 책도 소개되고 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투어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항공편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

 

추수감사절 연휴를 이용해 다녀온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달라스에서 항공편으로 10시간정도로 직항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공항은 Ministro Pistarini International Airport 가 공식 명칭이지만 Ezeiza International Airport(EZE) 로 알려져있다.

 

 

아르헨티나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것은 에비타, 탱고 그리고 소고기이다. 고기가 맛있기로 유명하다던데 이번 기회에 한번 실컷 고기를 뜯어보자.

 

달라스에서 남미로 여행하기에 좋은 점 하나는 달라스에서 남미로 가는 비행기들이 거의 대부분 밤에 출발하여 현지에 새벽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달라스에서 페루의 리마, 브라질의 상파울로, 칠레의 산티아고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그래서 비행기에서 잠을 청한후 새벽에 도착하여 바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틀치 호텔비도 아낄수 있는 일석이조의 여행지들이다.

 

우리가 도착한 11월은 아르헨티나의 봄이었다. 남반구에 위치하여 시간대는 달라스보다 3시간정도 빨랐고 계절은 우리와 반대였다. 다행히 달라스도 11월은 비슷한 날씨라 여행하기 매우 간편하였다.

 

달라스에서 보기힘든 비가 내렸는지 땅은 젖어있었고 일기예보도 오후부터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텔로 향했는데 3시 체크인이라 너무 이르게 도착한 관계로 짐을 맡기고 바로 시내로 걸어가보기 시작했다.

 

 

걷다보니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우리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가는 한 건물로 들어가보았다. 알고보니 이곳은 카빌도(Cabildo) 라는 5월혁명 박물관이었다.

 

1810년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아르헨티나가 독립을 선언한 곳으로 아르헨티나의 식민지시대 쓰던 물품들이 보관되어있다. 다만 모든 글자는 스페니쉬로 적혀져있어 하나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이층 테라스에서는 유명한 대통령궁이 보였지만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리가 도착한 날이 아르헨티나의 국경공휴일이라 식당마저도 문을 연 곳이 거의 없었다.

 

다행히 런더시티라는 카페가 문을 열어 비도 피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자리를 잡았다.

 

 

 

 

 

 

 

 

 

 

아르헨티나에서 먹는 첫 음식. 우리는 샌드위치와 피자 등등을 시켰다. 소고기가 유명한 나라라 그런지 생각보다 치즈가 무척 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파게티도 종류가 여러가지였다. 우리가 주문한 스파게티면은 거의 우동두께로 나와서 많이 당황하였다.

 

 

 

아르헨티나가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이곳에도 크로아상과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기는 나라였다. 커피가 얼마전 다녀온 이태리처럼 진하고 맛있었다. 열량많고 진한 치즈의 느끼함을 에스프레소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오후가 되니 비가 폭우처럼 쏟아져서 우리는 호텔로 피신(?) 하였다. 다행히 방도 준비되어 오래간만에 달라스에서 보기 힘든 비도 구경하였다. 몇시간이 지나자 호텔 창가로 보이는 하늘을 보니 비가 개이고 있는것같았다.

 

 

아르헨티나 하면 또 유명한 것이 바로 탱고.

탱고 전용 극장도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는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탱고를 즐길 수 있다는 카페 토르토니(Cafe Tortoni)로 향했다.

 

이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지만 지하에는 간단한 탱고쇼를 볼 수 있는 무대가 있다. 원래 하루전날 예약을 해야하지만 다행히 비가 와서 그런지 저녁 8시에 관람할 수 있는 자리가 4자리 가능하다고 하여 예약을 하였다. 예약비는 인당 25불. 전용극장에 비해서는 매우 저렴한 예약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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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토르토니 앞에는 유명한 가수의 모형이 있었다. 탱고쇼는 춤만 추는 것을 보는것이 아니라 유명한 가수의 노래가 더 중요하게 보였다. 아르헨티나 최고 탱고가수는 카를로스 가르델이라는데 설마 그분인걸까?

 

카페 토르토니의 내부는 여러 사진들과 장식품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전통을 만들어나가는 곳이라 생각들었다. 추로스와 커피도 맛있고 가격도 그리 비싼편도 아니다.

 

 

탱고 무대는 카페 왼쪽 지하로 내려가면 마련되어있다. 100여석정도가 마련되어있고 우리가 들어갔을때는 이미 손님들은 거의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탱고쇼의 시작은 약간 홍등가같은 분위기로 시작하여 아이들이 보기는 조금 민망할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열창하는 가수의 노래와 댄서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수준급의 탱고로 무대는 뜨거워졌다.

 

 

 

 

 

 

진정한 탱고쇼를 보고싶다면 유명한 탱고극장을 미리 예약하는것이 좋고 탱고를 간단하게 맛만 보고 가고싶다 하는 분들은 카페 토르토니에서 식사도 하고 탱고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곳에서 탱고를 볼 계획이라면 예약한 시간보다 한시간정도 일찍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도록 하고 예약표를 보여주면 길게 늘어선 줄을 건너뛰어 바로 탱고쇼를 보는 무대쪽 자리로 안내해준다.

 

 

다음날 우리는 오벨리스크를 향해 가본다. 큰 대로 중간에 위치한 오벨리스크 내부에는 200여개의 계단을 오르면 시내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과감히 스킵해본다. 큰 대로 중간에 위치해서 각종 행사나 시위등의 모임장소로 이용되는데 우리가 여행한 날도 어떤 단체에서 대규모 시위를 준비중에 있었다.

 

휴일 다음날이라 그런지 부에노스 아이레스 다운타운은 차도 많고 시위대들때문에 트래픽이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시내도 구경할 겸 레콜레타 묘지까지 걸어가보기로 한다.

 

 

 

지나가는 길에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유명한 웅장한 건물의 콜론 극장도 보인다.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수준 높은 탱고 쇼를 관람할 수 있는 탱고 포르테뇨도 보였다.

 

 

 

5월의 광장에서 북쪽으로 걸어가다보니 느낌에 이곳은 상류층이 사는듯한 지역이란 느낌이 들었다. 건물들도 잘 관리되고 카페와 아기자기한 샵들도 많이 보였다.

 

 

 

라콜레타 묘지의 입구가 보였다. 이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전통있는 묘지로 수준높은 조각과 장식들로 꾸며진 공원같은 납골당 묘지였다. 역대대통령들의 묘지부터 부터 에비타로 알려진 페론 대통령의 영부인인 에바 페론의 묘지도 이곳에 있다.

 

 

전세계를 돌며 여러 묘지들을 보아왔지만 이곳은 단연 가장 아름답고 마치 살아있는 동네를 산책하는 느낌의 묘지들이었다.

 

한적한 묘지를 돌다보니 이곳에도 밤이면 유령들이 나와 동네를 산책하며 수다도 떨고 요리도 하가 해가 뜨면 다시 묘지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다보니 먼가 모르게 오싹하는 느낌도 들었다.

 

예전에는 고양이가 무척 많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아주 깨끗하고 잘 관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에비타로 유명한 에바 페론의 묘지가 있는 곳은 언제나 꽃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묘지의 큰길에서 약간 안쪽에 있지만 많은 방문객들로 금방 찾을 수 있다.

 

 

 

이제 택시를 타고 라보카 지역의 카미니토(Caminito)를 보러가기로 했다.

 

다운타운을 빠져나오니 어딘가 슬램가 같은곳을 지나더니 갑자기 화려한 색감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묻지않아도 이곳이 카미니토인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원래 못사는 슬램가였는데 베니토 킨케라 마르틴이란 라 보카 태생의 화가가 아이디어를 내어 이곳의 건물을 캔버스 삼아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색감으로 건물들에 색을 입혔다 .

 

이 아이디어로 돈을 번 화가는 이곳에 병원과 학교등을 세웠다고 하니 자신의 동네와 이곳의 주민들을 무척 사랑하였나보다.

 

 

동네전체가 화려한 갤러리같았고 식당이나 샵 마저도 볼거리가 풍부했다. 무명화가들이 길거리에서 그림도 그려주고 노천카페에서는 맥주를 마시거나 간단한 탱고를 보며 한적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화려한 색감의 건물들때문에 셀카나 인물사진이 무척 잘 나왔으니 올해의 셀카를 한번 이곳에서 찍어보는것도 좋다.

 

 

 

 

 

한국의 통영의 동피랑마을이나 칠레의 발파라이소 마을처럼 색을 입히고 볼거리를 만든 마을처럼 카미니토도 색을 입히지 않았더라면 아주 허름하고 볼품없었을 이곳이 화가의 아이디어로 다시 태어났다.

 

다만 이곳은 밤에는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하고 다운타운에서 마땅한 교통편이 없는 관계로 택시를 타고 오가기를 권장하며 택시도 미터기가 제대로 달린 택시를 확인하기 바란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다운타운이든 라 보카 지역이든 거리를 수놓은 축구팀인 보카주니어스도 카미니토 근처에 있으니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경기가 없는 날 방문하여 광란의 도가니가 되는 경기장 및 역사도 구경하면 좋을듯하다.

 

마지막날은 가장 유명한 분홍빛 대통령궁이 보이는 5월의 광장으로 향했다. 각종 모임과 집회, 축구우승 기념식등이 열리는 장소로 매일 대통령 근위병의 교대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분홍색 건물은 대통령궁으로 페론 대통령과 그의 젊은 아내였던 에바 페론이 테라스에서 연설을 했던 곳이다.

 

 

5월의 광장과 마찬가지로 이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정치의 중심지이자 또한 시위대 모임장소로 유명한 국회의사당이다.

 

 

봄날씨처럼 따사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산책하기에 참 좋긴 했지만 사실 매연문제는 매우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속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야하는 그들에게 자연보호나 배기가스 규제는 아직 머나먼 이야기 일지 모르겠다.

 

 

자동차들사이의 배기가스속에서도 자연의 힘이란 놀라운것이 거리마다 즐비한 라일락 나무인지 향기는 무척 좋았다.

꽃향기와 배기가스의 조합이라... 이 거리를 걸어가다보면 유난히 큰 꽃모양 조형물이 보인다.

 

플로랄리스 헤네리카(Floralis Genérica) 라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유엔광장 옆에 위치한 조형물로 물위에 금속으로 만든 꽃이다. 원래는 시간대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고 닫혔다고 하는데 지금은 관리상의 이유로 열려있다고 한다.

 

이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지하철도 타보았는데 1913년 남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지하철이자 여전히 운행하는 지하철로 유명하다. 메트로란 이름 대신 숩테(Subte) 라고 불리운다.

 

 

지하철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한국의 명동거리라 할 수 잇는 플로리다 거리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샵들과 환전상들이 거기를 누비고 있는데 한편 소매치기들도 많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화려한 건물 사이엔 백년도 더 된 건물들도 보이는데 누추하고 빈민가로 보이나 무너지지않고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것도 신기하였다.

 

 

아르헨티나라고 하면 소고기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여 식사때마다 고기가 들어간 요리들을 많이 주문했던것같다. 스테이크 샌드위치속의 고기도 맛있엇고 그중에 우리 입맛에 가장 맞았던 것이 바로 "아사도(Asado) " 라는 아르헨티나의 갈비요리였다.

 

간단한 소금후추간만하여 바베큐로 구은것인데 우리가 자주 먹는 LA 갈비처럼 아주 맛이 좋았다.

 

 

 

미국이란 나라에 살다 외국을 나가게 되면 많은 것이 다르고 또한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신기하다. 그런 속에서 항상 느끼는 것은 어느 누구나 매우 "투철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이 매우 매끄럽게 끝날 수도 있는 여행이었지만 한편 아이의 아이폰을 번화한 플로리다 거리에서 눈깜짝할 사이 소매치기를 당했다. 지인으로 부터 폰을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매일 아이들과 나의 귀중품을 단속시켰지만 여행마지막날 해이해진 틈을 타서 결국 아끼던 폰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생긴 것이다.

 

폰을 잃어버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매우 우울한 기분이었지만 이 일로 우리 가족 특히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한 여행이 되었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니지만 가끔 나마저도 여권이나 지갑을 잘 까먹게될때가 몇번 있었다. 미시간주를 여행할때는 맥도널드 화장실에 지갑을 놓고온것을 2시간거리의 호텔에 도착해서야 알게되었다. 맥도널드에 전화하니 어떤 손님이 지갑을 주워서 매니저에게 맡겨놓았다고 한 것을 듣고 우리는 참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런 기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자란 것을 잘 모르고 아끼고 보호한다는 의미를 잘 깨닫지 못할때가 많다. 그리고 미국외 다른 나라들이 미국처럼 잘 살지 못하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언제든 그들은 내것을 가져간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이 깨닫게 된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아이들이 나의 여행때마다 나오는 "물건 잘 간수하라"는 말이 이젠 뼈속까지 기억되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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