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LLIE'S JOURNAL/EUROPE

신들의 도시 아테네를 가다(Athens) 1편 - 프롤로그

 

아마 내가 중학생때쯤인가 잡지에서 우연히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보았는데 그 사진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나는 스케치북에 그 사진의 신전모습을 그대로 스케치하였던 적이 있었다. 그 그림을 그리며 나는 몇천년전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신전을 언젠가는 내 눈으로 보리라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그 꿈은 잊혀져갔고 어느덧 나는 중년에 이르렀다.

 

좋은 기회로 두바이를 가게되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를 검색하다보니 갑자기 지도에 "아테네"가 눈에 띄이면서 갑자기 잊혀졌던 나의 꿈이 생각났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멀리 여행올 기회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이번이 아니면 안된다는 나도 모를 압박감마저 생겨났다.

 

결국 나는 두바이에서 돌아오는 일정을 아테네에서 2박3일을 지내기로 결정했다. 더군다나 몇십년만에 혼자, 가족이나 친구도 없이 홀홀단신 여행하는것이라 나름 스무살때의 배낭여행이 생각나면서 들뜨기도 했다.

 

아테네 여행과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가 요즘은 여행을 하면 언제 또 오겠는가 혹은 언제 또 이걸 하겠는가 하는것이 여행결정의 중요한 요점이 된다. 물론 다시 올 기회가 많이 있겠지만 이상하리 요즘은 이전엔 해보지않았던 것들, 가보지않았던것들을 찾는 여행이 된다고나 할까.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후회없이 집에 가고싶다 이런 마음이 드는 여행이 되려고 한다.

 

또한 나이들면서 변하는 여행패턴의 하나는 Guided Tour 를 선호하게된다는 것이다. 특히 큰 도시나 역사를 이해해야할 도시를 가게되면 그곳의 여행사를 컨택해 일일투어나 1박2일 투어를 선택하게되었다는 것이다. 로마에서 만나게 되었던 현지 가이드투어를 통해 내가 만나게된 도시나 예술작품을 그곳 토박이 가이드님들의 해박한 설명을 들으니 더 자세히 이해가 되었던 기억으로 아테네도 현지의 여행사 투어를 예약해놓았다.

 

보통 그 도시의 첫인상은 공항이나 도착하는 기차역에서 생기듯 두바이에서 출발하여 도착한 아테네의 첫인상은 로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은 지하철이나 택시도 있었지만 나는 아테네 시내도 볼겸 공항에서 산티그마광장까지가는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공항버스는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약간 지저분한 부쓰에서 버스표를 팔고 있고 아주 저렴한 5유로정도였다. 기다리다보니 내가 탈 X95 버스가 도착했는데 공항버스라 하여 한국의 리무진 공항버스를 상상했던 나의 뒤통수를 화끈하게 때려주는, 솔직히 말하면 미국 공항의 오래된 렌터카 셔틀버스수준의 버스가 도착하였다.

 

내가 타는 버스만 유독 옛날 버스일 수도 있고 이런 버스도 있고 저런 버스도 있듯 실망따위 던져버리고 나는 짐칸에 가방을 올리고 자리를 잡았다. 버스는 공항에서 나갈때만 잠시 고속도로를 탔고 그후는 지나가는 도시의 정류장을 모두 스탑하였다. 그래서인지 직통으로 가면 20분이면될 거리같았는데 한시간 조금 더 걸렸고 의자가 편하지않아 엉덩이가 좀 아프긴했다. 하지만 지나가는 도시들을 바라보며 아테네 외곽에 사는 진짜 아테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운전하는지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산티그마광장에 도착하니 북적거리는 것이 아테네의 시작과 종결은 "산티그마광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돌아갈때도 공항버스를 탈까하여 산티그마 광장부근에 호텔을 정했는데 돌아갈땐 새벽비행기라 시간상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묵게된 호텔은 Electra Metropolis 란 호텔인데 다시 아테네를 가거나 누가 아테네를 가게된다면 강추하고 싶은 호텔이다. 물론 저렴하진 않은 호텔이지만 적당한 가격과 정갈한 호텔 시설이나 호텔옥상에서 보는 아크로폴리스 뷰, 그리고 체크아웃날 새벽출발하는데 특별히 식사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에 정말 반한 호텔이다.

 

Electra Metropolis

 

 

 

 

Electra Metropolis에서 보는 아크로폴리스 전망

 

 

호텔에 짐을 풀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호텔앞 거리는 산티그마광장에서 모나스트라끼 시장까지 쭉 뻣은 거리로 식당들과 옷집들이 즐비했다. 얼마 안가서 아테네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이 보이는데 정문위 금박 모자이크가 무척 아름다웠다.

 

 

 

 

성당을 둘러본후 모나스티라키 벼룩시장쪽으로 향했는데 좁은 골목으로 옛날 재래시장같이 가게들이 즐비했다. 왠지 소매치기도 있을듯하여 나는 방향을 틀어 아크로폴리스쪽으로 향했다. 아테네의 어디서나 보일듯한 아크로폴리스를 보며 그냥 언덕을 올라가면 입구가 있지않을까하여 지도 하나를 들고 언덕으로 향했다. 고즈넉한 골목 사이사이 작은 성당들과 그리스다운 집들, 카페들이 즐비했다.

 

 

지도 하나 달랑들고 복잡한 골목을 혼자 오르다보니 길을 잃은듯했다. 결국 아크로폴리스 보는것은 다음날 투어와 하기로 하고 나는 어딘지도 모를 골목들을 내려왔다. 맛있는 냄새가 고픈 배를 자극했다. 그런데 혼밥을 거의 해보지않은 나로써는 여행객들고 젊은 아테네인들이 북적거리는 소위 맛집같은 곳을 뚫고 들어가기엔 자신감이 부족했다.

 

 

아 이게 혼자 여행할때의 가장 큰 걸림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가족들과 함께 했던 여행이라 맛집을 보고도 지나쳐야하는 이 슬픔이라니 ㅎㅎ 그냥 혼자 들어가서 먹으면 되지 하는 분들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내공 부족이다.

 

결국 호텔 근처로 와서 투고할 음식점을 찾다보니 호텔 바로 옆에 한국식당이 하나 있었다. 날씨도 비가 올듯 서늘하게 춥고 아침 점심 비행기 타고 오느라 밥도 대강 때워서인지 "밥"이 먹고싶었다. 그 수많은 아테네 맛집을 보고도 못들어가던 나는 그저 김치찌게에 밥이 먹고싶은 열망으로 혼자 한국식당 문을 열었다. 혼밥의 내공따위는 필요하지않았다. 그저 먹고싶은 열망과 배가 아주 고프다면 혼밥은 가능하다는 나의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