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막바지에 이르자 버스에 탄 사장님들과 가이드님들은 마치 친구인듯 나이에 상관없이 동료처럼 화기애애해졌다. 예전에 여행사에서 일할때 어르신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이 들어서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이 좋다는 말씀들을 하셨다. 버스 여행은 이동 거리가 있고 식사도 같이 하다보면 어디서 오셨는지 금새 친해지게 된다.
특히 우리 버스는 모두 같은 직종과 같은 관심거리의 사람들인데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먼가모르게 밝고 여유가 있어보인다. 그런 우리들을 더 끈끈하게 해준 하루가 시작되었다.
플래그스탭을 떠난 버스는 기가 충만하다는 세도나로 향하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심상치 않다. 세도나로 향하는 중간에 Slide Rock State Park 라는 작은 공원에 정차를 해서 계곡을 내려가보았다. 차가운 새벽의 공기가 폐속을 파고 들어 나의 뇌속의 묵은 때를 밀어내었다.
강바닥이 보일정도로 맑은 강물은 유연히 흐르다가도 폭포가 되어 흐른다. 계곡을 보니 평평한 돌들과 수려한 풍경은 자리를 깔고 삼겹살을 구워먹고싶다는 생각이 들게하였다. 한국같으면 이런 곳에 이미 닭도리탕을 팔고 관광지가 되었겠지만 자연 그대로 즐기며 피크닉을 할 수 있게하니 미국의 자연보호정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가에 펼치는 붉은 절벽들을 보다보니 어느새 세도나에 도착하여 세도나의 볼텍스가 나온다는 Airport Viewpoint 로 올라 세도나의 전망을 구경하였다. 세도나는 볼텍스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아티스트들이 거주하고 기 치료를 받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도나의 볼텍스는 4군데정도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에어포트 뷰 포인트와 Bell Rock 근처에서 나온다고 한다. 볼텍스가 눈에 보이는것은 아니고 그 지역에 머물면서 명상을 하거나 마음을 평안히 하면 어떤 기운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돌위에 앉아있었지만 정신을 집중하기는 어려웟다. 다만 전날 몸살감기로 고생하셧던 우리 짱 가이드 준이사님은 이곳에서 말끔히 낫고 세도나의 볼텍스 기를 받아 공중부양하는 신공을 보여주셨다. ㅋㅋ 잊지못할듯하다.
볼텍스가 충만하다는 벨락은 종을 세워둔 모양같다. 벨락을 걷다보면 기가 충만해질듯하다.
이제 우리는 그랜드캐년으로 향하는데 그전에 경비행기 투어를 하기로 했다. 그랜드캐년 투어의 선택관광인데 날씨에 따라 운행을 하지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운좋게 바람이 심하지않아 타게되었다.
그랜드캐년 공항을 출발한 경비행기는 그랜드캐년의 동쪽을 돌아 North Rim 으로 향하는데 겨울에는 오픈되지않고 보기 힘든 그랜드캐년의 북쪽을 보게된다니 기대가 되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는 특이하게 몸무게를 재는데 몸무게에 따라 자리를 정해준다. 여행하기전에 살을 좀 빼든지 해야할듯하다.
비행기에 따라 승객수가 다르긴하지만 우리는 19명정도가 탔고 타면 Bose 헤드폰을 끼고 기장과 녹음된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비행기가 이륙할때쯤 갑자기 바람이 강해졌고 우리는 왠지 모르게 좀 겁이 났다. 멀미가 심하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급강하에 대한 두려움도 밀려왔다. 하지만 그랜드캐년을 하늘에서 본다는 기대가 두려움보다는 컸다.
약간의 엔진냄새와 함께 떠오른 비행기가 서서히 그랜드캐년을 향했다. 비행기라면 수도 없이 탔지만 이렇게 낮게 나는 경비행기는 처음이었다. 어릴때 날아다니는 꿈을 꾸듯 아래를 보니 서서히 그랜드캐년의 깊은 협곡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랜드캐년을 보고 대단하고 꼭 봐야할 명소로 1위에 항상 마크될때 사실 나는 그랜드캐년은 추천순위가 낮았다. 항상 그랜드캐년 뷰포인트만 보고 갔던 여행들이라 그랬을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비행기를 탄후 나는 그랜드캐년을 다시 보게되었다.
특히 비행기가 North Rim 을 통과할때는 구름과 눈에 낀 험악한 지형의 그랜드캐년의 웅장함에 그동안 나의 편협한 관점을 반성할정도였다.
물론 두세번의 급강하로 "Turbulence" 란 단어를 매우 강력하게 경험하였다. 그동안 큰 비행기에서 느낀 터뷸런스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건 정말 엄청 높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기도 했는데 어떤 분들은 즐기기도 했고 어떤분들은 멀미를 하기도 했다. 나는? 심장떨어진다는 말이 이런것임을 느낀 특별한 경험이었다. 참고로 그랜드캐년 항공사는 오픈한 100여년동안 한번도 사고가 없었다.
비행기를 내리는 우리는 왠지 먼가 극기훈련을 같이 했다는 느낌으로 더 친해져 그랜드캐년의 장관과 경비행기의 급강하의 느낌을 이야기하느라 수다꽃이 피었다. 일생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경험이었다.
하늘에서 본 그랜드캐년의 장관과 느낌을 가슴에 안고 우리는 그랜드캐년의 Grand View Point 에 도착했다. 이제 그랜드캐년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협곡 하나하나가 정말 장관으로 보였다. 수천만년동안 깎이고 사라진 캐년 아래를 유유히 흐르는 콜로라도강을 보며 나는 나의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하였다.
이렇게 미서부의 광대함과 아름다움을 느낀 7대캐년 버스투어는 다음날 칼리코 은광촌을 거쳐 로스엔젤레스에서 여행을 마감하였다. 여행 4박5일동안 창가를 지나는 풍경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고 그 아름다움은 삶의 힐링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서부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새벽에 일어나 버스만 줄창 타고다니며 지루하다는 선입견들이 있었다. 여행도 시대에 따라 변하며 이젠 많이 찍고 보는 여행이 아닌 여유있게 좋은 것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다.
좋은 기회를 얻어 같은 직종에서 일하시는 경험많은 분들과 했던 시간들도 소중했고 미서부 캐년들의 각양각색의 매력들을 보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여행이었던것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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