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을 할때 내가 여행을 계획하는 편이라 여행을 하게되면 어느정도 무엇을 보는지, 어떤 길로 갈것있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출발하게된다.
그래서 예상했던 모습을 내눈으로 확인할때 먼가 위시리스트나 TO DO LIST 를 완료했다는 성취감을 느끼지만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은 예상과 전혀 다른 여행지일때 그 배가 된다.
특히 나처럼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에겐 이 산이 그 산이요 저 바다가 그 바다일때가 종종 있지만 그 바다속에서 예상하지못했던 물개떼를 발견한다던지 아이스 케이브를 보러가는데 갑자기 외계행성에 온듯한 자연을 만날때 그 여행은 잊혀지지않는 추억을 만들게된다.
영국과 스코틀랜드를 여행할때 처음엔 렌트를 하여 갈 예정이었으나 비도 많이 오고 운전대가 오른쪽이라 하는수없이 렌트를 포기하고 런던이나 에딘버러에서 출발하는 투어들을 이용하였다.
나도 여행사를 운영하지만 정말 가이드와 함께 하는 투어는 가이드를 따라 역사와 숨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여러모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직접 운전하지않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편리함은 렌트를 했을때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과 거의 버금가는듯했다.
에딘버러 여행에선 두번의 투어를 이용했는데 그중 하나는 일명 "성배투어"라는 투어로 스코틀랜드 현지 투어회사가 진행하고 있었다. 이 투어는 영화 다빈치코드에 나왔던 신비스러운 로슬린 예배당과 스코틀랜드의 아버지 로버트 부르스의 묘지가 있는 덤플린 수도원 그리고 메리여왕의 거처했고 윌리엄 윌리스가 잉글랜드의 군대를 대패시키고 독립을 지켜냈던 스털링 성 등 세군대를 둘러보는 투어였다.
아무래도 투어를 하려고 생각해서인지 어떤 투어가 있는지 어느 투어사가 가격이 저렴한지만 검색했을뿐 사실 내가 가는 곳들에 대해 그닥 공부를 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번 투어는 예습하지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곳들을 접해보고싶었다. 그래서인지 투어의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던 "로슬린 채플(rosslyn chapel)" 은 예상밖의 놀라움을 선사한 예배당이었다.
로슬린 채플에 도착했을때만해도 사실 앞으로 내 눈앞에 펼쳐질 예배당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상상하지못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이 예배당은 내부 촬영이 엄격히 금지가 되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 그리 없기도 했다.
게다가 이 예배당은 영화 "다빈치코드"로 유명세를 탔다고 했지만 나는 그 영화를 보지않았기때문에 예배당 외부만 봤을때는 어두침침하고 그저 세계 여느 예배당과 비슷해 약간 시시한 느낌마저 없지않았다.
하지만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는 내눈을 의심하지않을수 없었다.
예배당을 장식한 벽과 천정, 기둥 모두 석제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전에 보아왔던 수많은 예배당과는 완전히 다른 유니크함은 입구에서부터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유니크함과 거의 견주될 정도로 예배당 내부는 먼가 어떤 의미를 지닌 수많은 상징적인 조각들로 빈틈없이 빼곡히 장식되어있었다.
로슬린 예배당은 1446년 오크니백작3세인 윌리엄 세인트 클레어가족을 위해 지어진 작은 예배당이며 그가 죽은후 그의 후손을 위한 묘지로 현재까지 사용되고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석공들이 아닌, 윌리엄클레어 백작이 비밀리에 템플기사단의 석공들을 초대해 지어진 예배당 내부에는 프리메이슨 석공들에 의해 조각된 성서속 인물들과 더불어꽃, 포도나무, 천사, 이교도 그린맨의 수많은 상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로슬린 채플에서 가장 볼거리는 레이디채플앞에 있는 모양이 다른 두 기둥이 있는데 왼쪽 기둥은 위아래로부터 쭉 평행하게 뻣은 조각으로 이루어진 마스터의 기둥이 있고 그 옆에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또아리를 틀며 올라가는 제자의 기둥이 있다.
Master's Pillar
Apprentice's Pillar
딱 보기에도 제자의 기둥이 더 화려하고 눈길이 더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기둥들에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전해내려오고있었다.
오른쪽 기둥의 제자 조각가의 스승이 영감을 얻기위해 로마로 떠난후 제자는 꿈에서 너무나 휼룽한 기둥조각을 보았고 그 꿈에서 본 기둥을 그대로 재현했다. 로마에서 돌아온 스승은 제자의 예술성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제자를 죽였다고 한다.
기둥을 보다보면 그 제자가 살아있었다면 이 예배당은 얼마나 다른 모습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제자의 기둥은 이외에도 인간의 DNA 구조와 닮았다고 하여 이 시대에 어찌 이들이 그런것을 알았을까 하며 외계인관련설(?)을 주장하기도한다.
신대륙이 발견되기전인데도 옥수수의 조각이 있는것 등 내부는 매우 수상하고 특이한 조각들로 가득하다.
그외에도 여러 조각에 나타나는 그린맨도 여러 설을 가지고 있는데 입에서 나무가 자라나오는 그린맨의 조각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임을 보여주는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이 정말 기독교를 받드는 예배당인가하며 존재목적에 대해 여러 이론이 나오고 있다.
이 예배당을 건축한 템플기사단은 1100년대 프랑스에서 결성된 성전기사단으로 십자군원정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다 예루살렘을 점령했을때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 순례를 하게되고 그들을 보호하며 막대한 부를 쌓게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300년대 프랑스왕 필립4세가 그들의 돈과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템플기사단을 습격했고 고문과 화형등 억울한 누명을 씌워 죽이며 기사단은 와해되게된다.
그들이 유명한 이유중 하나는 십자군 원정을 통해 차지했던 고대유물이 사라지게되는데 그중 유명한것이 바로 성배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것을 토대로 2003년 댄 브라운은 다빈치코드란 소설에서 이곳에는 예수의 성배가 숨겨져 있으며 성당 곳곳에 숨겨진 코드를 풀면서 성배를 찾아가는 소설을 쓰게되었다.
소설 다빈치코드속에서 성배의 위치를 나타내는 문장의 "고대 로슬린 아래에 성배는 기다리노라"란 암호에 따라 이 예배당 지하에 막달라 마리아의 무덤이 있던 자리를 발견하는것으로 나와있다.
이곳을 둘러보다보면 정말 이곳이 기독교의 예배당인가 싶을정도로 유럽의 다른 성당이나 예배당처럼 거룩하고 성령스럽다기보다는 먼가 무섭고 기이하여 조각을 둘러볼때마다 이 조각은 어떤 의미일까 아주 궁금해지게된다.
내부를 보고 나오면 아까봤던 시시한듯 암울했던 외부의 예배당 전경이 완전히 달라보이게된다. 에딘버러를 방문하게된다면 꼭 방문해보길 강추하는 바이다.
이 예배당을 방문하였을때 예배당 내부의 관리자들은 사진 찍는것에 아주 과민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내부 사진을 찍는것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림도 아닌 조각품 사진 찍는것에 그리 민감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금지하는 이유중 하나는 몇년전 예배당이 일반인들에게 오픈된 후 사람들이 조각을 만지며 위험한 사진을 찍어 조각품에 훼손이 생기게 되면서부터라고 했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않고 입소문을 타던 로슬린 예배당이 다빈치 코드 영화이후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게되면서 사진 찍는것을 더욱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여행을 가거나 투어로 손님들을 모시고 여행을 가다보면 몇몇 여행자들은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끝에서 사진을 찍거나 남들이 찍지않은 먼가 다른 특이한 사진을 찍기위해 자연이나 예술품들을 훼손하는 일들이 종종 있는것을 보아왔다.
아름다운 예배당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사진으로 공유하지못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도 자연이나 예술작품들을 잘 보전하여 전하는것도 여행자의 도리란 생각이 들었다. **
** 내부사진은 로슬린 예배당 공식홈피의 사진을 참고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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