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가장 많이 여행객이 찾는 나라가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그 지역의 특색을 잘 나타내는 17개의 자치구로 나눠져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세비야와 그라나다를 포함하는 남부 안달루시아와 바르셀로나가 포함된 카탈류냐 지역이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의 역사를 포함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를 되돌아볼때 매우 중요한 곳인데 15세기 콜럼버스가 첫 항해를 떠나기전 이사벨라여왕에게 승인을 받은곳이 바로 이 세비야이며 안달루시아의 주도인 세비야는 그런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처음가는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처음 고민해야되는것은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이동방법이다. 그래서 아마도 많은 블로그들이 공항-호텔간 이동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써놓은것들이 많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공공이동수단을 소개하며 비싼 택시이용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실 여행을 가면 짐이 많거나 같이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택시가 오히려 더 싸고 빨리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특히 여행시간이 짧은 중년이나 가족들이 여행을 할때 괜히 젊은 사람들처럼 "절약" 하는 여행하다가는 돈과 시간 그리고 건강(?)까지 허비할 수 있다.
스페인여행의 첫 시작도시였던 세비야에 도착한후 "중년"인 나는 원래는 택시나 우버를 타고 후딱 숙소로 들어간다는 계획이었으나 막상 공항을 나오니 버스줄이 보이고 생각보다 빨라보여 버스를 이용했다. 게다가 40분이 걸린다던 버스는 20여분만에 시내에 도착했고 걸어서 15분만에 호텔에 도착하게되었다.
여행의 맛은 이런대서 오는것같다. 예상과 다른 길로 갔는데 예상보다 빨리 잘 도착하는것말이다. 그리고 혼자 가는 중년은 젊은이들처럼 버스나 지하철로 싸게 이동하는게 진리다.
세비야의 길이나 스페인의 오래된 중심부의 길은 대부분 고대의 벽돌이나 돌로 길을 깔아 울퉁불퉁하여 캐리어 끌때는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달라스에서 마드리드, 그리고 세비야까지 거의 24시간이 걸려 도착해서인지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좀 씻고 한동안 소파에 멍 때리고 있다가 아무래도 첫날이니 숙소주변은 무엇이 있나 알아볼겸 밖으로 나와보았다.
아까는 호텔을 찾느라 주변이 보이지않았지만 세비야의 골목길은 이탈리아와도 좀 다르고 파리나 런던과도 좀 다른, 먼지 모를 아기자기과 오래된 역사 같은것이 느껴졌다. 오랫만에 오래된 도시를 여행해서 그런가 쭉쭉 뻣고 넓직한 미국과는 확연히 유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비야 대성당을 지나 좀 더 걷다보니 무어인들이 지은 요새 겸 궁전인 알카사르가 보였다. 게다가 도착한 날은 일요일이라 4-5시 사이에는 입장이 무료라는 정보를 보고 나도 모르게 길게 서있는 줄을 서게되었다.
그런데 내 앞에 아이를 데리고 줄을 선 외국인 여자가 손에 종이를 들고있길래 물어보니 무료라고 하여도 미리 인터넷으로 1불을 지불하고 무료티켓을 구매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건 정말 여행책자에도 블로거들도 써놓지않은 정보였다.
결국 지나가던 검표원에게 물어보니 미리 인터넷 무료티켓을 가져와야만 한다고 했다.
결국 그렇게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은 뒤로 하고 다음에 가족들과 오게되면 가기로 마음먹고 첫날은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라면을 하나 끓여먹고 골아떨어졌다.
둘째날은 오전에는 현지 가이드와 세비야 시내투어를 하고 오후시간은 자유관광을 한후 밤에 타파스투어 및 야경투어를 신청해두었다.
언젠가부터 유럽여행을 할때는 영어든 한국어든 가이드투어를 신청하게되었는데 미리 책으로 공부했다하더라도 그닥 머리에 들어오는것이 없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보면 이곳의 역사와 현재까지의 모든 스토리를 한방에 들을수 있다.
세비야 가이드를 맡은 성준님은 현지에서 건축공부를 하는 가이드님이었는데 첫인상부터 정말 세비야를 사랑하는 분같았다. 투어의 시작은 살바도르 성당앞의 살바도르광장에서 시작되었고 마치 교수님의 역사수업(?)을 듣는듯 세비야와 스페인의 역사를 소개받았다.
사실 여행을 끝내고 생각해보니 처음에 스페인의 역사를 소개받은것이 그후 코르도바와 그라나다로 거쳐갈때 만난 역사적인 건물들의 이해에 매우 도움이 되었던것같다.
살바도르광장을 떠나 산타 크루즈 지역과 유대인 지구에 들어서게되었는데 이곳에서 지금은 원수같은 이슬람인들과 유대인들이 어떻게 평화롭게 살았으며 어쩌다 유대인의 핍박이 시작되었는지 유대인의 골목들을 걸으며 설명을 들으니 더욱 역사속으로 빠져드는듯했다.
유대인의 골목이란 표시의 JUDERIA
또한 유대인 처녀와 로마군인의 사랑이야기, 배신때리는 로마군인과 그를 반대하던 유대인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각성하는 유대인딸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속의 한장면과 같았다.
게다가 몇천년전 이슬람인들이 이곳을 지배할때 지은 성곽과 건물들, 수로시설등의 우월함은 놀라울뿐이었다.
신기한 모양의 십자가. 그러나 벽에 저렇게 표시한 이유는 술취한 선원들이 이곳에서 요상방뇨를 못하게하기 위한것이었다는?
위로 뚫려있던 로마의 수로에 이슬람의 기술로 뚜껑을 덮고 둥글게 만들어 물이 운반된 현재의 수로시스템과 다를바 없다.
이제 투어는 과거로 부터 컬럼버스가 남미대륙을 발견하고 가져온 "담배"로 이어지게된다. 죽을때까지 인도에 도착한것으로 착각한 컬럼버스는 사실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착취하면서 유럽에 이전에는 없던 여러 물건들을 가져오게되는데 그중 하나가 "담배"였고 세비야에 왕립담배공장을 세우게되면서 큰 부를 축척하게된다.
지금은 세비야대학으로 변신했는데 이곳은 오페라 "카르멘"의 배경이 된곳이기도 하다. 원래 남자들이 일하던 담배공장에는 종이에 담뱃잎을 말아넣어야하는 세심한 손작업으로 여자들이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집시나 가난한 여성들이 일을 했다.
오페라의 주인공인 카르멘도 이곳에 일하다 폭력사건으로 연행되다 사랑에 빠진 돈호세가 풀어주게된다. 돈 호세는 카르멘을 위해 남편을 죽이면서까지 헌신했지만 희대의 바람녀 카르멘은 당대최고의 투우사와 사랑에 빠지면서 결국 호세는 투우장에서 카르멘을 죽이고 자살로 생을 끝낸다는 오페라이다. 세상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닥 변하는게 없는게 사실인가보다.
사실 세비야는 그외에도 보마르세의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으로도 유명한데 이것을 모짜르트와 로시니가 오페라로 만들어 전세계로 전파하게됨으로 세비야는 유럽문화의 중심지가 된다.
이제 세비야를 두 지역으로 가르고 있는 과달키비르강가로 향하는데 이곳에는 세비야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황금의 탑이 있는곳이다. 그리고 이 강을 지나면 오래된 도자기공방과 플라밍코로 유명한 트리아나 지역이 나오는데 세비야에 더 머물게된다면 꼭 둘러볼 곳이다.
반일투어의 종착지는 1929년 스페인-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만들어진 스페인 광장이다. 이 박람회로 제2의 스페인의 부활을 꿈꾸었지만 결국 대공황과 세계2차대전으로 스페인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게된다.
이곳은 미국관광객들을 유치하기위한 홍보차원으로 만들어지게되는데 반달모양의 광장과 운하 그리고 건물 양쪽의 탑들을 보면 정말 아름다운 광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유명한 트리아나 스타일의 타일로 만든 스페인의 각 지역의 벽화들을 보면 스페인 예술가들이 다른 유럽과는 확연히 다른 예술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이드님은 이곳에서 인생샷을 남길수 있다고 했지만 나의 인생샷은... 글쎄다. 그냥 건물사진을 많이 남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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