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누군가 유럽을 여행하는데 딱 한 도시만 갈수 있는데 어느 도시를 갈까요 하고 물어본다면 나는 아마도 "로마"를 이야기할것같다. 그곳은 3000년의 역사를 저장하고 있는 도시이며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도시로 구석 구석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있는 곳이다.
로마를 총 3번을 방문한 나는 갈때마다 이 도시에 대한 기억이 바뀐다. 20대에 방문한 로마는 그저 크고 광대했고 30대에 방문란 로마는 드디어 이태리 음식에 입맛이 돌았고 40대에 방문한 로마에서 이 도시가 품고있는 역사의 무게를 느끼고왔다.
첫 로마여행은 내 생의 첫 해외여행이자 배낭여행이라 여행의 "여" 자도 몰랐고 게다가 말도 통하지않았던지라 그저 책과 맵에 의존하여 걷기만했던 기억이 난다. 로마중심에서 마치 바로 옆에 있는듯 그려진 카타콤 지도를 들고 시골길을 걷다보니 남들은 다 버스로 오던 그곳을 한시간이 넘게 시골길을 터벅터벅 걸어왔던 기억들. 하지만 아직도 그 시골길이 마치 첫사랑의 기억처럼 다시 걷고싶은 길로 기억되고 있다.
두번째 로마여행은 배낭여행에서 업그레이드된, 남편이라는 짐꾼(?) 을 모시고 온 여행이라 나름 편했고 외국음식이 맞지않았던 나에게 드디어 이태리음식으로 여행을 살찌우게된 여행이었다.
로마에서 음식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첫 배낭여행이자 첫 해외여행이었던 나는 이태리에 오니 피자를 주문하는 방법이 다르다는것을 알게되었다. 한국에서는 그냥 슈프림 피자주세요 하면 떡 하고 하나가 나왔는데 이태리는 달랐다.
로마의 한 식당에서 피자를 주문하는데 나는 알아들을수 없는 이태리말을 하는 직원이 나에게 계속 먼가를 물어보는것이다.
직원 : 쏼라 솰라
나 : 오케이
직원 : 쏼라 솰라?
나 : 예스
직원 : 쏴아아아아라? (아마도 리얼? 아 유 슈어?) 약간 이런 느낌이었다.
나 : 끄덕끄덕
직원은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보았지만 기다랗게 선 손님들을 줄을 보며 "다음 손님"을 외쳤다. 난 왜 저렇게 물어보나 의아했지만 결국 내 피자를 받아보고서야 왜 그 직원이 그렇게 나를 보았나 이해하게되었다.
내가 받은 피자는 아무 토핑이며 치즈 하나 없이 그저 익힌 피자반죽에 토마토 페이스트만 올라간 피자가 나온것이엇다.
결국 그후 피자는 토핑을 고른다는것을 알게된 귀중한 여행경험이엇다.
그런 무식한 배낭여행을 하며 몸무게가 8키로나 빠졌던 첫 배낭여행으로 진정한 다이어트를 하겠노라 벼르고 도착한 두번째 로마여행에서는 오히려 먹는 음식마다 다 맛있어서 오히려 더 살이 불어갔다.
세번째 로마여행은 유럽을 여행하지 못하셨던 부모님과 여동생 이렇게 넷이서 여행을 하게되었다. 우리를 보내준 남편들에게도 고마웠지만 그들은 그때만해도 나와 여동생의 그후 계속되는 영국, 스코틀랜드 , 아이슬란드로 계속되는 "자매여행"의 시초임을 알지못했다.
나와 여동생은 로마를 여행한적이 있지만 첫 유럽여행이신 부모님께 보여주고싶은 로마는 너무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연세도 있으시고 여행첫날이라 편하게 여행하는것이 좋은듯하여 프라이빗 가이드를 고용하여 편안하게 차로 주요 여행지를 보게되었다.
로마는 수많은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가장 먼저 떠올리는것은 바로 "콜로세움"일것이다.
보통 버스투어를 하는 경우 외부만 보고 사진찍고 가는 경우가 많았고 우리도 첫날 프라이빗가이드와도 줄이 길어 결국 못보았지만 둘째날 다시 방문하여 보았는데 로마에 간다면 꼭 콜로세움 내부를 보기를 강추한다.
내부는 정말 책이나 사진으로 보아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웅장함과 로마의 건축기술, 그리고 그 돌 하나에 새겨진 역사가 그대로 전해지는것같았다.
콜로세움이란 명칭은 이 원형극장근처에 세워진 아주 거대한 네로황제의 동상(콜로서스)에서 유래되었다고한다. 이곳에서는 그시대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들을 제공했다고하지만 실상은 검투사들이 싸우고 죽으며 그들의 죽음과 고통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이 되는 안타까운 장소였다.
콜로세움 옆에는 포로로마노라고 하는 또다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대 로마도시 유적지가 있다.
보통 이곳과 콜로세움 두곳을 묶은 입장권도 팔고 있는데 정말 이 두곳만 봐도 하루해가 가버릴정도로 지역이 넓고 볼거리가 너무 많다.
포로로마노는기원전 6세기무렵부터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 경제 행정의 중심지였으며 로마제국 멸망후 이곳은 주요 약탈의 대상이었으며 상당한 지역이 파괴된 채로 있다가 19세기경부터 거의 묻혀있던 이곳이 발굴되기 시작했다.
포로로마노에서 구조물이 상당히 남아있는것중에 하나가 "안토니누스신전"으로 로마멸망후에도 카톨릭 성당으로 사용되어 지금까지도 그때의 모습을 유지하고있다.
로마제국의 심장이자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던 줄리아 바실리카 건물과 그 뒤의 디오스쿠리 신전과 같이 지금 남은 폐허만 보아도 그 규모와 정교함이 어찌나 대단한지 3000년전 이곳의 번영과 영광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곳이다.
로마여행을 하게되면 적어도 하루를 다 배정해야하는 곳이 바로 "바티칸"이다.
바티칸성당이 있는 바티칸시국은 로마식에 둘러싸인 내륙국가이다. 국교는 카톨릭으로 국가원수인 교황은 모든 국사에 전제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의 하나이다.
바티칸성당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대성당과 입장료를 지불하는 바티칸박물관으로 나눌수 있다. 이곳을 관람하는 방법은 박물관을 먼저 본후 천지창조 그림이 잇는 시스티나성당을 거쳐 대성당으로 들어가는것이 좋다.
이번여행에는 이전까지 그저 입장권끊고 들어가 내용도 모르는 그림만 수없이 감상했던것과 달리 전문 가이드투어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3번이나 간 바티칸이지만 역시 그림하나에 술술술 역사가 읊어나오는 가이드와 함께 하니 그림 하나 조각하나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게다가 그 넓은 박물관과 성당을 꼭 집어 중요한 포인트만 데리고 가장 중요한 예술작품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주니 다른 박물관에 가서 그림을 보더라도 이젠 그림의 의미를 되집어보는 귀한 경험이 되었다.
이곳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와 "최후의 심판" 그림을 보다보면 정말 목이 꺾이고 고통스럽지만 시간가는줄 모르고 그림 하나하나를 바라보게된다.
"천지창조"는 관람객이 들어가는 출입문 위부터 창세기의 아홉 설화가 전개된다. 해와 달과 별의 창조로 부터 아담과 이브의 창조, 그리고 노아의 이야기까지 그 세밀함과 웅장함에 놀라다보면 밀려들어오는 관람객들에도 아랑곳않고 목이 휘어져라 천정을 보게될수밖에없다.
이 그림으로 미켈란젤로는 물감때문에 피부병이 생기고 몸도 휘어지는 고통스런 삶을 살았지만 그의 천재성과 예술성은 지금까지도 어느 예술가도 따라가지못할 명작을 남겼다고 할것이다.
"최후의 심판"에는 인간이 취할수있는 291명의 인물상을 그려넣었는데 그중 가장 흥미있는 부분중 하나가 그리스도 발아래 12제자중 산채로 가족이 벗겨져 순교한 바돌로메가 들고 있는 인피인데 이 인피에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넣었다고 한다. 특히 이 인피가 그림의 중간이 천국과 지옥 중간에 걸쳐져있는데 고통받는 미켈란젤로의 고뇌를 엿볼수 잇다.
벽면 하나를 다 차지하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실감나는 묘사에 모두 감탄을 마지않았지만 처음에 미켈란젤로가 완성한 그림에는 등장인물 모두가 나체로 그려져있었고 그리스도 마저도 당당하고 젊은 남성으로 표현되어있었기때문에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미켈란젤로가 숨지기 한달전 그의 제자는 "비속한 부분을 모두 가려져야한다"는 명령에 의해 그의 제자가 오늘날의 모두 가려진 모습으로 덧그림을 칠하게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로마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는 옛말처럼 지금도 역사와 문화 종교 예술등의 가장 중요한 도시중에 하나다.
일생에 꼭 한번은 방문하여 인간이 남긴 유산들의 위대함을 만끽해볼 아름다운 도시임이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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