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아이슬란드에서 기대하지않았던 밝은 햇살이 우리를 깨웠다. 전날 비가 와 오로라헌팅도 못해 아쉬웠지만 눈부신 햇살은 아이슬란드에서의 세번째날을 또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날은 아마도 "빙하"의 날이라고 지어도될듯하다.
비크호텔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후 아침일찍 출발했다. 전날 온 비로 비크 외곽의 아직 해가 닿지않은 도로는 약간 언 부분도 있어서 어제처럼 신나게 달릴수는 없었다.
비크를 떠난지 얼마 되지않아 주변 환경이 마치 외계행성에 온듯 도로의 오른쪽 왼쪽으로 끝없이 이끼밭이 이어졌다. 이 지역은 "엘드흐뢰인" 이란 지역으로 1780년대 라키화산 폭발때 만들어진 곳으로 기암괴석위에 몇백년된 이끼로 덮혀져있다.
204번 오프로드로 한시간정도 엘드흐뢰인 지역 중심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도로상태가 좋지않고 빙하가 우선이라 잠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이끼밭으로 들어가보았다.
어디선가 이 이끼들이 아주 오래되고 한번 상하면 재생이 어렵다는 글을 읽은듯하여 밟아보진않고 바라보기만했다. 식물키우는걸 좋아하시는 동행분들은 이끼들을 보고 이 넓은 지역에 이런 이끼가 빽빽히 채워져있다는것에 매우 신기해하셨다.
엘드흐뢰인 지역을 벗어나니 또다른 행성에 온듯 높은 산에서는 폭포가 떨어지고 또 길가의 폭포마저도 그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우렁차게 우리를 유혹했다.
아이슬란드는 링로드를 운전하다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자꾸 차를 세우게된다.
어떤때는 너무 멋진데 차를 세울곳이 없어 아쉽게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슬란드 계획을 짤때는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 있으므로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말아야할듯하다.
끝도 보이지않게 쭉뻣은 도로를 운전하는것도 가슴이 벅찬데 나의 왼쪽으로 서서히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겨울엔 저 빙하가 좀 더 아래까지 밀려내려오고 이런 지평선도 하얀 눈으로 덮여있을 상상을 하니 여행을 시작한지 겨우 3일째였지만 벌써 겨울의 아이슬란드가 보고싶어졋다.
사실 아이슬란드는 화산활동이 활발하고 지진도 빈번한 곳인데 이런 화산들이 저 하얀 눈과 빙하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2010년 화산폭발로 화산재가 대기층으로 유입되면서 유럽을 2주간 항공운항을 정지시켯던 에이야피야틀라외쿠 화산도 이 근방에 있었다. 고요한듯 조용한듯 하지만 그 속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을 품고 있는 곳이다.
비크에서 2시간정도 걸려 스카프타펠 빙하지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바트나요큘 빙하의 서남부지역으로 아이슬란드의 빙하워킹투어나 아이스동굴 투어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은 자율적으로 주차비도 지불해야된다. 방문자센터로 들어가면 아이패드같은 컴퓨터로 자동차의 정보와 카드결제를 하며 이메일로 영수증이 온다.
방문자센터의 다른 건물에선 투어회사들의 빙하워킹투어가 시작되는 곳이 있다. 원래는 우리도 빙하워킹을 할까하여 예약은 했었지만 출발전에 날씨가 어떨지 몰라 취소를 했다. 어른들이 혹 빙하에서 미끄러질수도 있고 빙하워킹투어가 3시간정도 소요되어 빙하보트 시간이 너무 오후로 밀릴듯해서였다.
대신 스카프타펠 빙하 센터에서 출발하는 레이카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에 영감을 준 "스바르티포스" 폭포로 2시간정도 하이킹을 하고 자동차로 바트나요큘의 한 지류인 스비나펠스요쿨 전망대에 가보기로 했다.
책자에는 분명히 "2km정도 떨어져잇으며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산책을 즐기듯 다녀올수 있다" 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이말을 그대로 믿고 산책가듯 물한병과 산아래는 봄날씨같았지만 위에 오르면 추을듯하여 궂이 두꺼운 파카를 입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과 달리 트레일의 초반부터 45도, 60도정도의 경사가 시작되었다. 원래 저질체력의 소유자인데다 달라스의 굴곡없는 평지에 살다보니 산행과는 거리가 먼 중년의 여인네는 시작부터 동행들과 거리가 벌여졌다. 게다가 파카를 입고온 나는 올라갈수록 더워 파카를 이고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동행분들은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셔서 정말 산을 잘 타셨다. 다시 한번 돌아가면 운동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폭포로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가는 내내 펼쳐지는 풍경은 여기가 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푸르고 가을의 빛을 담고있었다.
저멀리 폭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정말 내가 상상하지못한 자리에 있는 폭포였다. 신기하며 한편 너무나 아름다웠다.
산중턱의 전망대에서 폭포까지 내려가는 길은 비때문인지 습기때문에 아주 질척거리고 한편 위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디어 내눈앞에 펼쳐진 스바르티포스의 아름다운 전경은 이곳까지 힘들게 온것은 모두 보상되는듯했다.
인간이 흉내내기도 힘든 자연의 걸작품들을 바라보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폭포를 만끽하였다. 동행분들은 이미 폭포를 다 보시고 건너편 산위까지 올라가셨다 내려오셨다. ㅎㅎ
산을 올라서 그런지 배가 고파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올라오느라 보지못했던 뒷편들의 풍경들을 내려오면서 보니 마치 다른 곳을 하이킹하는 느낌이 들었다.
스카프타펠 방문자센터에 피크닉장소가 있어 우린 준비해온 햇반과 컵라면을 점심으로 먹었다.
운전할때 점심을 먹으면 졸릴듯하여 이틀은 점심을 걸렀는데 산행때문으로 배도 고프고 피크닉장소가 너무 맘에 든데다 햇살마저 따스해 거부할 수 없었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맛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방문자센터에 멀지않은 스비나펠스요큘 전망대로 향했다.
책자에는 1번 링로드를 가다 이정표를 보고 비포장도로인 스비나펠스요큘쪽으로 5분정도 걸린다하여 비포장도로로 들어섰는데 예상하지않았던 어마어마한 오프로드가 우리앞에 펼쳐졌다.
5분정도 걸린다 햇으니 가보자 했지만 푹푹 패인 도로에 뽀족한 돌들을 보니 아주 걱정이 되었다. 덜패인 곳을 찾느라 차는 이리 저리 마치 술취한 차처럼 덜컹거렸다. 실제는 5분이 아닌 20분정도 운전해 들어간듯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들어가니 스비나펠스요큘이 보이기 시작했다.
빙하를 이렇게 가까이 본것은 처음이었다. 여름을 지나고 지구온난화로 많이 녹아버린듯한 느낌이 들긴햇지만 산위에 쌓여 밀려 내려오는 스비나펠스요큘 빙하를 넔을 잃고 바라보았다.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하는 빙하워킹투어중에는 이곳을 걷기도 한다고 하니 다음 기회엔 꼭 걸어보고싶었다.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를 빠져나와 바트나요큘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빙하가 수천년의 세월을 걸쳐 바닷물과 합쳐져 만들어진 빙하라군인 요큘살론빙하로 향하였다.
언제 도착할지 정확하지않아 예약을 하지않은 우리는 요쿨살론 보트투어를 하는 방문자센터 매표소에 가니 한시간정도만 기다리면 탈 수 있다고 했다. 여름에는 예약을 꼭 해야한다고 한다.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고 있으니 갑자기 천둥치는 소리가 들려 놀랬더니 그 소리가 바로 빙하가 갈라져 떨어져나오는 소리였다. 빙하가 갈라지고 그주변 호수물은 크게 파도가 쳤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신기해 빙하가 떨어지는 장면들을 보고 있었다.
보트는 2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빙하쪽으로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조디악 고무보트 투어와 또하나는 수륙양용보트가 있다. 배에 오를때는 구명조끼를 입고 자리에 앉으면 땅을 움직이던 보트가 곧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물에 뜨게된다.
40분정도 소요되는 보트투어는 빙하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멀리 바트나요큘에서 밀려떨어진 빙하들이 바다로 밀려가다 밀물때문에 막힌 광경이며 각양각색의 빙하들을 보니 달리는 보트에서 추은지도 모르고 셔터를 눌러대었다.
게다가 보트의 가이드언니가 잘라주는 빙하 한조각을 맛보니.. "얼음"이었다. ㅋㅋ
특히 빙하중에 한쪽부분이 갈라져나가면서 무게중심이 달라지면서 물아래 있던 빙하가 물위로 보였는데 마치 크리스탈처럼 맑고 오묘한 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저녁에 묵을 호텔이 있는 호픈으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다시 우리 눈앞으로는 잔잔한 호수에 하늘과 산이 반사되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차를 세울수가 없어 머뭇거리던 나는 겨우 공터를 발견하여 차를 세우고 그 장관을 카메라에 기억시켰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호픈에 도착햇을때는 해가 뉘엿 지고있었고 바닷가앞에 위치한 호텔호픈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석양은 또다시 우리의 지친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이날 저녁은 오래간만에 아이슬란드 호픈의 특산물인 바닷가재, 랑구스틴을 맛보기로 하였다. 호픈을 대표하는 유명 레스토랑인 후마르호프닌에 들러 2종류의 랑구스틴과 지역 수제맥주를 시켜 맛난 저녁을 먹었다.
호텔 호픈의 카운터에서는 오로라가 나타나면 콜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9시경 오로라를 보았다는 단톡방의 메시지에 이어 카운터에서 오로라가 나왔다는 콜을 받자마자 우리는 버선발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늦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바라본 방향 반대편에서 잠깐 나타났었다고 했다.
호텔앞 넓은 백사장엔 잔디밭과 트레일이 잇었고 벤치도 마련되어 동행분들은 피곤하여 주무시겠다 하고 나는 중무장을 하고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오로라를 기다렸다. 이날은 오로라 지수도 높은 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내가 앉은 벤치엔 미국서 온 신혼부부가 말을 걸었다. 서로 비슷한 날에 도착해 같은 루트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서로 자신들이 본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의 매력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하지만 얼음장같은 카메라와 점점 뼈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에 난 그들과 이별을 고하고 들어가려다 못내 아쉬움이 남아 차안에서 다시 오로라를 기다렸지만 나타나지않았다.
오로라를 보지못해 아쉬움은 남았지만 침대속에서 잠을 청하면서도 하루동안 내 눈을 호강시켰던 빙하들과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꿈속에서 다시 만나고 있었다. **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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