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행 비행기는 저녁늦게 출발하는 비행기라 하루종일 집안일도 마무리하고 남은 가족들에게 내가 없는 일주일의 일정을 알려주느라 하루가 금방 갔다. 짐은 이틀전부터 싸놓긴했지만 다시 점검을 했다.
공항에서 같이 갈 동행들을 만났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해외여행경험도 많지않은 분들이라 공항에 앉혀놓고 미리 여행에 대해 말씀드렸다.
"이번 아이슬란드여행은 다른 유럽여행들과 달리 여행 난이도로는 최상급일 수 있습니다. 저희가 도착하는 레이카비크외에는 거의 오지나 마찬가지예요. 저도 초행길이라 운전이 미숙할 수도 있고 날씨가 좋지않아 계획이 변경될수도 있으니 가서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걱정어린 말투에 지인들은 조금 경직된듯했으나 그저 여행을 떠나게됨을 감사하는 마음인듯하였다.
공항에서 아이들과 페이스타임으로 인사를 하고 드디어 아이슬란드로 떠나게되었다.
가는 내내 비행기는 생각보다 좁은대다 승객중 누군가 Scented Oil 을 쏟았는지 강한 향수냄새로 잠을 이루지못했다.
입국절차는 매우 간단했고 여권보여주니 도장만 찍어주었다.
와서 살고싶어도 너무 추워서 살수 없을것이라 생각하는걸까?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자 몇몇 렌트카회사, 투어회사사람들이 이름표를 들고 서있었다.
* 싼게 비지떡? 예상은 빗나가지않았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것이 렌터카 예약이었다.
혼자갈듯하여 가장 작은 소형차를 예약을 했는데 언제든 취소도 할 수 있었고 여행경험상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가격 차이가 많이 날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출발 며칠전에 동행이 생겨 소형차로는 3명이 탈수 없는대다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로 커버된 보험이 아이슬란드에서는 자갈보험, 화산재보험, 앞유리보험 등등 보험도 들어야한다기에 시티카렌트라는 지역업체를 투어업체를 통해 예약을 했다.
2015년 4WD SUV에 풀보험이 모두 포함되었지만 이름있는 렌터카회사의 중형차 가격이라 가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이곳에 대한 평이 좋지않아 마음에 걸렸다.
나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않았고 픽업맨은 30분이나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게다가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아 7명밖에 타지못하는 셔틀에 결국 운전자들만 타고 먼저 가서 차를 받아 일행을 픽업하기로 했다. 어른들만 놓고 가야하는데다 생각했던것보다 지연되자 기분이 좋지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나는 픽업맨과 셔틀마저 놓쳐버렸다.
여행을 하다보면 예상치못한 일들을 겪게되고 그런 일들을 해결하면서 여행의 내공이 쌓이게된다.
나는 순간 다시 셔틀을 기다려야되나 고민을 하다 더이상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지인들과 택시를 이용해 렌터카 서비스센터로 이동했다. 원래 셔틀서비스마저 편도 20불의 요금을 지불한데다 10분거리지만 30불이라는 택시요금을 지불해야했다.
택시에서내내 내가 왜 이 렌트카를 선택했을까 후회막급하였다.
게다가 서비스센터에는 셔틀을 타고왔던 일행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고 렌트 프로세스도 엉망이었다. 차를 빌리는 사람 반납하는 사람들로 서비스센터는 난장판이란 말이 맞을듯했다.
미국의 어느 도시의 렌터카회사에서는 있을수 없는 그런 광경이었다.
게다가 여행객들이 유럽사람들이 많은지 질서의식이 미국처럼 정확하지않았다. 다행히 보이지않는 순서가 있는지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나름 순서대로 사람들을 부르는듯했다. 우리는 택시로 맨 나중에 도착해서 결국 마지막으로 순서가 되었다.
차를 빌리고보니 우리가 예약한 2015년 미츠비시 SUV 4WD 가 맞았으나 3년밖에 되지않은 차의 마일리지는 거의 20만마일에 육박하고 있었다. 게다가 차는 녹슨 자국과 자동차 전체면에 돌이 튀고 패인 자국들, 그리고 앞유리에도 2군데 갈라진 자국이 있었다. 놀라 물으니 자기들이 더이상 번지지않게 처리를 해놔서 걱정할필요 없다고 하는 모습에 내심 아연실색하였다.
차의 상태를 모두 체크하고 앉으니 내부 청소상태도 좋지않았다. 지인들이나 나나 이런 렌터카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눌렀다.
나는 인터넷에 올라온 평들을 읽긴하지만 그게 100프로라고 믿지는 않는편이다. 왜냐면 사람들은 좋은 경험은 그저 지나가지만 나쁜 경험들은 꼭 글을 올리는 경향이 있기때문이다. 나도 100군데 호텔을 다녔지만 그중 한군데가 안좋으면 안좋은 호텔의 경우 조목 조목 따져가면 평을 남겼기때문이다.
나는 차를 렌트하며 인터넷에 남겼던 그 좋지않았던 평들을 무시한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계속 나를 괴롭힐수는 없었다. 나는 차량에 블랙박스 카메라도 설치하고 구글맵을 이용해 드디어 서비스센터를 벗어났다.
* 간결하고 소박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카비크
렌트소요예상시간은 30분이었지만 실제 2시간이라는 어마한 시간을 쓴데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오니 레이카비크 시내로 접어들때쯤엔 졸음이 밀려왔다.
레이카비크는 쌀쌀하고 바람도 센편이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도착하기 이틀전 옐로스톰이 왔던것치곤 거리나 주변이 깨끗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나니 점심때를 지낫지만 잠시 잠을 청했다. 잠이 온다기보다는 너무 지쳐 쉬었다는 표현이 맞을수도 있었다. 쉬다보니 어른들이 배가 고플 생각이 들어 대강 가방만 챙겨 호텔 근처에 있는 핫도그 집으로 향했다.
이 핫도그집은 "바이야린스 베스투 필수르" 라는 읽기도 힘든 핫도그 푸드트럭으로 꽃보다 청춘에서 출연자들이 먹고 맛있다고 유명해지긴했지만 그전부터 클린턴대통령이나 유명인사들이 레이카비크를 오게되면 꼭 들르는 맛집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도착했을때도 줄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가게는 그저 길목에 덩그라니 서있었다.
핫도그 하나만 파는 집.
그 맛은..이야기해주지않을것이다. ㅎㅎ 직접 와서 드시라고 하고싶다.
이전까지 먹어본 핫도그와는 정말 다르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 핫도그를 맛본후 집으로 돌아가 똑같이 만들어먹으려고 아이슬란드에서 재료와 소스를 슈퍼에서 사간다던데 이해가 되었다.
핫도그를 먹고나니 힘도 약간 나고 원래 차량으로 이동할까했는데 생각보다 춥지않아 우리는 걸어서 구경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레이카비크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키르캬로 향했다. 가는 길에 몇몇 샵들도 들어가 여행가면 꼭 사는 마그넷도 사고 아이슬란드 전통 양모제품들과 퍼핀 새 모형도 보았다. 물가는 매우 비쌌고 미국서 4불정도에 파는 마그넷도 8불정도로 2배가 넘었다.
멀리 할그림스키르캬 교회가 보였는데 그 모습이 아이슬란드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건물답게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내부는 그와 달리 매우 검소하고 간결하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회 꼭대기로 올라가면 레이카비크 시내도 구경할 수 있다고 했다.
교회를 나와 아이슬란드의 번화한 뢰이가베구르거리를 걸으며 간결하면서도 검소한 아이슬란드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나다보니 먼가모를 정부건물에 아름다운 정원이 보여 가보니 알싱기라고 불리는, 생각보다 아주 작은 국회의사당이라고 했다.
레이카비크에 오면 꼭 가보고싶었던 하르파로 발길을 돌렸다.
레이카비크의 콘서트 홀인 이곳은 2013년 유럽 최고의 건축물로 상을 받았는데 외부에서부터 햇빛에 반짝이는 건물이 세계 그 어느 건물보다 아름다운듯했다. 특히 내부로 들어서자 기하학적인 천정과 유리벽은 카메라로 어디를 맞추어도 마치 프로가 찍은 사진처럼 나왔다.
하르파를 본후 원래 계획은 차를 타고 "페를란"이란 아이슬란드 자연 전시관을 둘러볼 예정이었지만 저녁이 될수록 쌀쌀해지는 날씨와 첫날 너무 무리하지않는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호텔로 돌아왔다.
* 힘든 하루에 대한 최고의 보상, 오로라
내가 레이카비크에서 묵은 호텔은 "Exter Hotel by Keahotels" 이라는 올드하버근처의 모던하고 시크한 호텔이었다.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호텔로 밤늦게까지 1층 로비에 붙은 바에서는 젊은이들이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부럽구나.
미국서 준비해온 음식들로 저녁을 먹고 7시도 되지않아 후딱 잠자리에 들었다. 한두시간을 잠을 잤는지 골아떨어졌다 잠이 깼는데 어른들은 나보다 체력이 좋으신지 잠이 안오시는지 뒤척거리시길래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무 생각없이 언뜻 바깥을 보다 하늘을 보니 구름같기도 하고 푸른 무언가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엇? 저게 머죠?"
그 구름은 점점 진해지더니 어른어른 더 길어졌다. 직감적으로 저것이 "오로라"라는 것이 느껴졌다.
어른들과 테라스앞 공터로 슬리퍼만 신은채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도시에, 환한 빌딩불속에서 푸른빛을 자랑하며 어른거리는 오로라. 그렇게 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도착한날 바로 볼수 있다니 참으로 운이 좋았다.
5분정도 어른거리던 오로라가 점점 사라지길래 나는 파카에 양말을 신고 호텔밖 올드하버쪽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올드하버쪽도 가로등이 켜서 그리 어둡지도 않고 주변 식당들의 불빛으로 오로라를 보기 좋은 장소는 아니었지만 나처럼 기대를 안고온 몇몇 여행객들이 하버쪽에 카메라를 삼각대에 세워 하늘을 쳐다보고있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않아 호텔로 돌아왔다. 아이슬란드 카페 단체톡방에는 이날 레이카비크 뿐만 아니라 비크, 호픈까지 아주 강한 오로라가 나타났고 올해 가장 강한 오로라였다고 했다.
레이카비크의 첫날 시작은 좋지않았지만 그 보기힘들다는 오로라로 마무리를 하니 기쁜 마음으로 잠들수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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