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길었던 여정으로 인해 느즈막히 일어난 아이슬란드의 다섯번째날.
어느덧 여행의 후반부에 이르렀다는 것이 믿어지지않을만큼 아이슬란드에서의 하루 하루가 시간을 잊고 지구 어딘가를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원래 계획이었던 지열발전소와 크라플라 분화구쪽이 눈으로 도로가 폐쇄되었다하여 느즈막히 일어나 호텔에서의 조식을 즐겼다. 미바튼에서 머문 호텔은 Fosshotel Myvatn 으로 미바튼 외곽 한 언덕위에 위치한 호텔로 미바튼 호수를 고즈넉히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밤새 호텔룸의 큰 창으로 보이는 미바튼 호수위로 오로라를 기대하며 카메라까지 장착해놓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 오로라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섯번째날은 큰 계획은 없었고 레이카비크로 돌아가기위한 북부의 도로를 달려야만하는 날이었는데 여느 남부쪽보다는 역시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예상컨데 비가 더 올 예보가 있었기때문에 오늘 하루는 서행운전해야할것같았다.
미바튼을 출발한지 한시간정도후 아이슬란드 북부를 대표하는 고다포스에 도착했다. 북부라 그런지 날씨도 매우 추웠지만 한편 캐논 카메라도 차에 모셔두고 나올 정도로 비가 오고 있어 처음으로 우비를 장착하고 폭포로 향했다.
고다포스는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폭포중의 하나로 그리 높지않은 높이의 반원형 폭포다. 비가 오고 있어 그런지 폭포의 위용도 대단했다. 우리가 본 날은 비가 오고 있어 아주 약하게 녹색빛을 띄고 있었지만 화창한 날은 이 폭포가 블루그린으로 신비롭게 빛난다고 한다.
고다포스를 뒤로 하고 아이슬란드 제2의 도시 아퀴레이리로 향했다. 가는 길은 비가 계속 오고 있어 서행운전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예상시간보다 늦게 아퀴레이리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은 이곳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비때문에 오늘의 종착지인 Bifrost 까지 너무 늦지않게 도착하기 위해 하는수 없이 아퀴레이리는 스킵하기로 했다.
계속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어 슬슬 걱정은 되긴했고 점점 산으로 오르니 비는 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세찬 비만큼이나 눈은 이전까지 보지못했을정도로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달라스나 미국에서는 눈 구경하기 힘들었기때문에 우리는 9월의 이른 눈에 새하얗게 변한 세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더 심해지는 눈으로 길이 잘 보이지않고 도로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하자 점점 더 차의 속도가 느려지고 앞의 차들도 속도가 떨어지더니 결국 산 중턱에 서게 되었다.
구글맵을 확인해보니 앞쪽 도로가 막혔다고 나오고 결국 반대편 차량에 물어보니 산이 눈때문에 폐쇄되었다고 차를 돌려야한다고 했다.
생애 처음으로 눈속에 갇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나도 동행들도 난감했다. 다른 차들처럼 차를 돌려야 하는지 혹은 그저 기다리다보면 제설차가 와서 길을 뚫어줘야할때까지 기다려야하는지 말이다.
결국 좁은 도로를 가까스로 돌려 아퀴레이리나 근처 주유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차를 돌리다보니 난간쪽은 절벽이라 조심하지않으면 저 아래로 굴러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에 엄청 조심해서 차를 돌렸다. 게다가 도로가 아닌 부분은 푹 꺼져있어 많은 차들이 갓길에 차를 댈려고 하다가 푹 빠져버려 차를 견인했다는 글도 읽은 적이 있어 평소보다 더 조심히 차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우리가 올라온 길로 순찰차가 도로를 막고 더이상 진행하지않게하고 있었다. 내려가는길도 순탄치 않을 정도로 눈이 더 많이 쌓여 도로도 미끄러웠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돌아가도 결국 이 산길을 넘어야 레이카비크로 돌아갈 수 있기때문에 다시 차를 돌려 제설차가 길을 뚫거나 혹은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차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곳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속을 걸어 순찰차까지 걸어갔다.
순찰경찰에게 물었다. 난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한시간반정도후에 눈이 그칠거다. 기다려보길 추천한다고 하였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눈속에 한시간반을 갇혀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우리는 즐거웠다.
참으로 아이슬란드란 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구나.
사실 차에 기름도 가득이었고 먹을것도 풍부해서 하루나 이틀 눈속에 갇힌다하여도 문제될것은 없었다. 오히려 좀 더 아이슬란드에 머물고싶은 마음에 눈이야 더 와라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 "화장실"
도로 한중간이기도 했지만 그 어디 하나 숨어 "용무"를 볼 곳이 없었다. 게다가 차들마자 줄지어 있어 대략난감한데다 아침조식으로 마신 두잔의 커피의 두드림이 느껴졌다.
눈에 갇히는것따위는 무섭지도 않았지만 우짜지 말도 못하고 땀흘리며 앞만 보는 나를 보던 동행께서 결국 먼저 입을 때셨다.
"나 좀 급해.."
"나도..."
결국 "경험" 많으신 두분께서 나를 위해 특별한 야외 화장실(?)을 만들어주셨다.
나는 이렇게 예상치도 못한 나의 버킷리스트(?) 를 아이슬란드에서 이루게 되었다. ㅋㅋ 정말 잊지못할 경험이었다.
용무를 해결하고 바라본 주변은 그저 하얗고 아름다웠다. 눈때문에 눈이 부시다는 말이 이런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하얀 세상속에 있어본적이 언제였던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한시간반정도가 지나자 서서히 눈내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앞쪽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앞쪽에 산을 올라가는 도로가 있었는지 겨우 알게되었다. 저렇게 꼬불거리는 도로니 폐쇄될 수 밖에 없었을듯하다.
서서히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제설차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산 기슭에는 차가 굴러 인양작업을 하고 있었다. 저 차에 있었던 여행객들이 아무 사고없었기를 바래보며 우리도 운전을 조심해야겠다 생각하였다.
산을 내려가자 점점 날씨도 게이고 눈도 사라졌다.
아이슬란드의 남부와는 확연히 다른, 눈구름에서 걷히는 북부의 모습은 또 우리에게 감탄과 평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눈속에 갇혀서 2시간을 보내버린탓에 아이슬란드 전통가옥인 글뢰임바이르도 스킵하고 호텔에 도착하자 거의 6시에 가까웠다.
어찌보면 지루할 수 있었던 6시간의 운전일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 시간동안 아이슬란드의 가을과 겨울, 비와 눈을 모두 경험했던 시간들이었다.
겨울 아이슬란드 링로드를 일주하기는 힘들다고들 한다. 그래서 겨울 링로드 투어는 아퀴레이리까지 간후 항공편으로 레이카비크로 가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퀴레이리에서 레이카비크로의 도로에서 즐긴 이틀간의 아이슬란드는 정말 또다른 아이슬란드를 보는듯했다. **
'ELLIE'S JOURNAL > ICE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에 그리던 아이슬란드, 다시 그곳으로 향한다 - 프롤로그 (0) | 2019.08.09 |
---|---|
Iceland Day 6 : 다시 또 시작을 꿈꾸는 여행 (0) | 2019.08.09 |
Iceland Day 4 : Winter is coming (0) | 2019.08.09 |
Iceland Day 3 : 뜨거운 불을 숨긴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 (0) | 2019.08.09 |
Iceland Day 2 : 슬라이드쇼와 같은 펼쳐지는 자연의 위대함 (0) | 2019.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