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서의 여섯번째날이 밝았다. 내일은 아침 비행기로 달라스로 가야하니 어찌보면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은것이다.
우리는 다들 말은 없었지만 아이슬란드가 우리에게 준 아름다운 자연과 날씨, 그리고 그 자연을 보며 생각했던 많은 생각들로 인해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어떤 여행이든 나는 처음과 마지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새로운 나라나 새로운 도시를 여행할때 그곳의 첫 인상과 마지막 인상은 다시 올 마음과 다시는 오지않을 마음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면에서 아이슬란드는 처음과 중간 그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전날마저도 그저 하루종일 운전만 하였지만 그런중 눈속에 갇혔던 경험조차도 인생의 중반에 이른 나에겐 모든것이 "첫경험" 이었던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지막날 또한 고민을 많이 했고 피곤하긴 했지만 그저 운전하여 레이카비크로 돌아가기보다는 여행책자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스나이펠스네스" 반도, 그중에도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키르큐펠 산을 보기 위해 운전대를 스나이펠스네스로 돌렸다.
다행히 전날밤의 비도 그치고 구름이 끼여 물방울이 흐날리긴했지만 이전에 경험했던 아이슬란드 날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1번 링로드를 벗어나 스나이펠스네스 쪽으로 방향을 틀자 마치 이때까지 우리가 보아온 아이슬란드의 남부와 동부의 모든 자연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키르큐펠산으로 향하는 내내 화산과 호수, 그 산 너머로 보이는 만년설들이 이루어 내는 경치에 이곳을 보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륀다르피오르드 마을에 가까워지자 호텔들과 상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에 아이슬란드를 오게된다면 기필코 스나이펠스네스 쪽에서 하루 자면서 둘러보리라 마음먹었다.
멀리 키르큐펠 산이 보이고 그 산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다는 키르큐펠스 폭포에 다달았다. 호수인지 바다인지에 투영되는 산은 보는 위치마다 산의 모양이 다르게 보인다.
키르큐펠스폭포근처에서는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반배정해주는 마법사 모자모양을 닮은듯했다.
키르큐펠스 폭포는 마치 키르큐펠산을 가장 잘 보이게 하는 소파같은 폭포란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폭포는 어디에서부터 물이 나오는지 그 소리마저 아이슬란드의 큰 호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산과 폭포를 모두 볼 수 있는 이 명당자리에는 사진 작가들이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가장 좋은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이곳에서 저 키르큐펠산을 배경으로 아이슬란드 오로라사진이 찍힌다고 하니 정말 작가들에겐 천혜의 장소임이 분명했다.
멀리 키르큐펠 산 중턱에는 방목하는 말들이 산을 내려오고있었다.
키르큐펠을 뒤로 하고 최종 목적지인 레이카비크로 향하는데 아쉬운 우리의 마음을 읽었는지 하늘엔 무지개가 떴다.
내가 사는 텍사스에서는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무지개를 이곳에선 거의 매일 보며 게다가 그 무지개가 시작되고 끝나는 그곳에 내 몸을 담궈보는 그런 경험마저 이곳, 아이슬란드에서는 가능했다.
보르가네스에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에 나온 게이라바카리 카피후스란 베이커리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눈부신 햇살을 뿜어내는 카페에서 보르가르 피오르드의 멋진 전경을 눈에 담았다.
레이카비크를 지나 우리는 마지막 여정인 블루라군온천에 도착하였다.
미바튼의 네이쳐 온천을 갔을때보다 날씨도 좋기도 했지만 물도 무척 따뜻하고 시설도 좋았다.
여행객들의 평이 미바튼 네이쳐 온천으로 많이 기울긴했지만 우리는 블루라군에 한판승을 주었다.
따땃한 온천물에 실리카 머드를 바르고 맥주한잔을 하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에 오면 꼭 마지막날 블루라군을 가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그동안의 여행의 피로가 모두 풀려버리는듯 좋았다.
이렇게 아이슬란드에서의 총 6일간의 여행이 끝이 났다. 마지막날까지도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오로라를 찾았지만 무심한 오로라 여신은 그 자태를 쉽게 보여주지않았다.
이 마지막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아이슬란드에 다녀온지 딱 2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슬란드는 돌아온 그날부터 지금까지도 다시 가야한다는 그런 그리움을 가진 나라였다. 여행을 다녀온지 이틀째에는 내가 여전히 아이슬란드를 운전하며 그 아름다운 광경속을 달리고 있는 꿈을 꾸었으니 망정이다.
여행을 할때 아쉬움이 남으면 다시 오게된다고 하는데 여행 하루 하루가 매일 나에게 가장 최고의 모습으로 다가와준 아이슬란드라 그런지 아쉬움이 아닌, 그리움으로 난 매일 다시 그곳으로 향하는 꿈을 꾼다.
장장 2000 키로미터를 혼자 운전하여 완주하였다는 그 뿌듯함과 인생의 중반에 아직도 처음인 것이 있다는 그 설레임이 함께 했던 아이슬란드,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었다. **
'ELLIE'S JOURNAL > ICE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하나 같은 것이 없는 폭포의 천국, 아이슬란드 (0) | 2020.08.18 |
---|---|
꿈에 그리던 아이슬란드, 다시 그곳으로 향한다 - 프롤로그 (0) | 2019.08.09 |
Iceland Day 5 : Snow! Snow! Snow! (0) | 2019.08.09 |
Iceland Day 4 : Winter is coming (0) | 2019.08.09 |
Iceland Day 3 : 뜨거운 불을 숨긴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 (0) | 2019.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