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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E'S JOURNAL/ICELAND

Iceland Day 4 : Winter is coming

"Winter is coming.."

 

인기미드의 하나인 왕좌의 게임 덕후라면 이 말의 뜻을 잘 알듯하다. 스타크가문의 모토로 북부를 지배한 스타크가문이 화이트워커(하얀좀비)와 와일드링이 온다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이 오고있다, 항상 준비하고 조심하라는 의미로도 전해진다.

 

왕좌의 게임도 아이슬란드에서 많이 찍었고 내가 응원하는 스타크가문이 북부인지라 특히 아이슬란드 북부에서 로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웨스테로스의 배경은 이틀째 다녀온 싱벨리르 국립공원에서 찍었고 북부 나이트워치가 지키며 화이트워커들이 넘으려던 장벽이 있던 곳은 북부의 흐메르프잘이라는 분화구지역이라고 한다. 

 

여행 4일째에 접어든 나에게도 "Winter" 가 오듯 동부를 지나 북부로 향할 예정이다. 아침부터 언제 올지 모르는 비를 품은 구름이 우리의 출발을 서둘렀다. 

 

특히 오늘은 여행중 가장 오래, 그리고 먼 길을 운전해야했는데 그 이유는 듀피보르그에서 에일스타디르로 넘어갈때 939 오프로드로 가지않고 해변가로 둘러가는 1번 도로로 갈 예정이었기때문이었다. 

 

 폭풍전야의 호픈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오니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여 길도 얼기 시작했고 바람도 강해졌다. 어제까지만해도 제법 보이던 차들마저 거의 보이지않아 살짝 겁을 먹었다. 

 

 

해변가의 도로는 점점 산을 오르다 해변을 낀 산중턱에 덩그라니 놓아진 길이 이어졌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거친 바다와 구름낀 산들의 모습은 그어디에서도 본적없는 절경이었지만 길도 미끄럽고 비도 오고 있어 서행운전하였다. 내려다 볼 용기도 없었지만 오른쪽으로 난간마저 없었다면 정말 벌벌떨며 운전을 햇을것같다.

 

 

 

 잠시 쉬어가기위해 갓길에 차를 세워 나가보니 차고 사람이고 하나도 보이지않고 마치 외계행성에 뚝 떨어진듯 적막했다. 마치 혼자 왔더라면 너무 외롭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저 이곳에서 바다와 파도, 구름과 산, 그리고 거친바람을 느끼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두피보구르를 지난지 얼마 되지않아 그 악명높은 "939"도로 표지판이 보였다. 날씨도 그렇게 비가 쏟아지지는 않아 고민이 조금 되었지만 원래 계획인 둘러가는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위의 지도를 보면 두피보구르에서 사실 다리 하나만 놓으면 저렇게 둘러가지 않아도 될 곳이지만 우리는 돌고 돌아 거의 4시간에 걸쳐 에일스타디르에 도착했다. 우리는 왜 아이슬란드에는 그 흔한 다리 하나 놓지않는걸까 이야기를 하며 동부를 지났다. 

 

오는 동안 우리의 길가로 펼쳐진 전경은 정말 묵직햇다는 표현이 맞을것같다. 아이슬란드의 무거움, 만만하지 않은 자연의 고집을 보는듯했다.  

 

나의 버킷리스트인 "데티포스"까지는 3시간정도 걸리는데 마지막 주유소가 에일스타디르에 있어 주유를 가득 채웟다. 운전을 해야하니 점심을 먹으면 졸릴까하여 나는 점심을 걸렀다.

 

에이스타디르를 지나니 바람도 더 강해지고 점점 산으로 오르는데 눈이 쌓인곳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도착하기전 이곳에 불어닥친 옐로스톰의 잔재물인듯했다. 

 

 

 

쌓인 눈으로 인해 산의 굴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걸까? 산을 넘을수록 한번도 가보지 못햇던 길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함이 더해졌다. 

 

 

 주변으로 펼쳐지는 산에는 수없이 많은 폭포들이 곳곳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특히 Rjúkandafoss라는 폭포는 길에서도 가깝고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서서히 양들도 보이지않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듯한 땅에 이르렀다.  아래 사진을 찍을때가 그래도 풀이라도 보였지만 그이후는 정말 세상이 하얀 산을 달리고 있었다. 길도 얼었고 아이슬란드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두렵다"는 것을 느꼈다. 동행들에게 표현하지않으려 했지만 아마도 나의 줄어든 말수에 느꼈을수도 있었으리라. 

 

 

거친 바람과 얼음길을 지나 어느덧 내려가는 길에 이르자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아이슬란드의 전경에 나는 마음 깊숙이에서 이곳이 바로 "아이슬란드"구나 감동이 밀려왔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험한 길이라 차를 세우지도 못해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고 드라이브캠마저 다른 곳이 오버레코드되어 다 지워져버린 그곳. 그러나 그 감동은 아직도 여전하다. 

 

 

 

드디어 데디포스로 가는 864 오프로드 입구에 도착했다.

 

데티포스 전망대는 864로 가서 보는 동쪽 전망대와 862도로로 가는 서쪽 전망대가 있는데 내가 본 프로메테우스 첫 오프닝장면의 그 폭포를 보기위해서는 864로 가야했다. 하지만 포장된 도로인 862 도로에 비해 864는 완전 오프로드라 우리가 도착하기전 왔던 옐로스톰으로 폐쇄된지 며칠 되었고 내가 출발하기전에 확인해본바로도 폐쇄였다. 

 

하지만 입구에는 어떤 표시도 없었고 반대쪽에선 차들이 내려오고있었다. 862로 가야하지만 동쪽 폭포를 보고싶은 욕심으로 나도 감히 864 도로로 들어섰다. 길은 정말 험했고 동행들은 이미 겁을 먹은지 오래였지만 내가 가장 아이슬란드에서 보고싶었던 곳이라 조금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보고야 말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차들에게 위쪽 상태를 물어보고싶었지만 차들은 내가 흔드는 손을 무시하고 달려내려갔다. 그렇게 10분을 올라가는데 반대편에 오던 차 한대가 내 앞차에게 머라고 이야기를 하고 또 내 차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이 외국인 친구는 우리에게 864 도로가 좀더 올라가면 바리케이트가 되어 막혀서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에 내 뒷차는 무시하고 계속 올라갔다. 나도 그러고싶은 마음이 있긴했지만 그의 경고를 받아들였고 게다가 이미 시간이 2시가 넘은 시간이라 더 지체하다간 862로 가서 데디포스를 보기에 너무 늦을것같았다. 

 

862도로는 잘 닦여진 도로였으나 바람이 매우 강해 차마저 휘청거렷다. 그늘진 부분은 얼음으로 미끄럽기까지하여 날씨가 개이지 않았더라면 혹은 조금더 늦게 왔다면 정말 사고위험이 많은 도로란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강한 바람에 자동차문을 잡았다. 화장실을 먼저 해결해야했는데  간이 화장실마저 날아갈듯한 바람이었다. 

 

데티포스로 향하는 길은 마치 사각형 큐브로 자른듯한 지역을 지나야했다. 어떻게 자연이 저렇게 네모난 돌을 깎았을까 신비함마저 들었다. 주차장에서 데티포스까지 이르는 트레일은 20-30분정도 걸어야할정도로 멀게 느껴졌다. 

 

 

 

강한 바람에 떠밀려 도착한 데티포스의 위용.. 드디어 이곳,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 Dettifoss 를 만났다. 

 

 

높이는 45미터에 불과하지만 폭이 100미터에 이르는 웅장한 폭포로 엄청난 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날은 엄청난 바람으로 코가 떨어져나갈듯했지만 저 멀리 프로메테우스 오프닝에서 외계인이 떨어져죽던 그 위치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도 있었지만 질퍽한 트레일이라 못가게 막아놓았다. 막지않는다면 분명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하지만 웅장한 곳이었다. 

 

사진으로는 그저 폭포로 보이지만 동영상으로 보면 그날의 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엄청난 바람으로 파카의 털마저 한방향으로 밀리며 잠시라도 장갑에서 손을 꺼내면 손가락이 떨어져나갈 추위였지만 나는 한동안 이곳을 떠나지못햇다. 물론 동행하신 어른들은 이미 주차장으로 돌아가신지 오래엿다. 

 

864로 갔더라면 보았을 동쪽 전망대를 보며 다시 다음엔 저곳으로 가리라 마음먹은것을 보면 이곳으로 향할때 그 어렵고 두려웟단 도로상황은 이미 까마득히 잊은듯했다. 

 

주차장으로 돌아갈때는 그 강한 바람을 역풍으로 안고 가니 몸을 추스리기 힘들정도였다. 어릴적 해와 바람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기나 내기를 했다는 동화가 기억이 났다. 내 생애 가장 강한 바람과 가장 보고싶었던 폭포를 안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거의 4시가 넘어 데티포스를 떠났다. 우리가 떠나는대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6시간이 넘는 시간을 운전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리 피곤하지않았다. 그래서인지 호텔로 향하기전 근처의 "흐베리르"라는 화산지역지대로 향했다. 

 

 

황량한 들판에는 뜨거운 황산 증기를 내뿜는 분기공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머드풀들이 흩어져있었다. 마치 달표면을 걷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강했던지 황산 증기는 마치 땅에 누은듯 내뿜고있었다. 동영상을 보면 이날의 바람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숙소는 "Fosshotel Myvatn" 이란 곳으로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중에 내가 가장 가보고싶엇던 호텔이었다. 시설도 모던하고 미바튼 호수를 바라보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호텔이기도 했지만 이곳의 Lake View Room 에서는 밤새 펼쳐지는 오로라도 따땃한 방안에서 관람(?) 할 수 있엇기 때문이었다. 

 

 

 

 

 

 

 7시간반의 긴 운전과 강력한 바람, 그리고 폭포를 경험했지만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경험해야할것이 바로 "온천"이었다. 사실 바람도 너무 강하고 북부라 날씨도 무지 추웟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 유명한 "미바튼 네이쳐 배쓰"를 건너뛰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동행들은 호텔에서 쉬고싶어하셨지만 한편 또 우리가 언제 여기까지 오겠냐며 기꺼이 나를 위해 나셔주셨다. 

 

주차장에서도 차문이 뒤집힐듯 여전히 바람은 거세고  추웠다. 미바튼 네이쳐 배쓰 온천에 들어서 먼저 온천이 괜찮은가 확인하고 표를 사자 직원이 오늘은 바람이 너무 강해 평소보다 물이 차다고 했다. 

 

블루라군을 아직 가보지못한 상태에서 아이슬란드의 첫 온천이라 기대는 되었지만 시설은 조금 낙후된듯했다. "자연친화적 온천"이라 덜 상업화된듯했다.

 

탈의실에서 어떤 외국인 처자가 갑자기 쓰러져 스탭들이 오고 잠시 패닉상태였는데 아마도 더운물과 추은 날씨로 쇼크를 먹은듯했다. 우리도 샤워를 하고 닦고 야외온천으로 향하는 순간 불어오는 살을 에는 바람에 쇼크를 먹을듯했다. 겨우 물속으로 들어가니 물은 따뜻했지만 어느새 차가운 물이 느껴졌다. 

 

 

구글에서 퍼온 사진인데 너무 춥기도 했고 아이폰도 케이스에 넣어둔 상태라 제대로된 사진이 하나도 없긴하다. 위의 사진보단 더 춥고 눈도 쌓여있고 더 컴컴한 저녁이었다.

 

나의 "저녁 쏟아지는 별과 오로라를 보며 노천온천을 즐긴다"는 시나리오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바람이 너무 강해 돌로 방패처럼 막아둔 쪽으로 향하니 바람이 좀 약햇다. 몇몇 외국인들이 한곳에만 옹기종기 모여있길래 그곳으로 향하니 더운물이 나오는듯 그곳은 물이 따뜻했다. 그곳에서 한시간이 채 못되게 있었는데 결국 얼어가는 우리의 얼굴때문에 더이상 있기 힘들었다. 

 

호텔서 가져온 가운마저 없었다면 정말 온천에서 나온 순간 얼어버릴 그런 추위였다. 탈의실로 들어가니 정말 머리가 띵해지는것을 느꼈는데 이것도 경험인지 다음엔 이런 추위에 온천을 경험하게된다면 추천하고싶지않았다. 

 

이날은 너무 추워 둘러보기도 힘들었지만 지표면의 갈라진 틈에서 직접 올라오는 수증기를 쐬는 사우나도 있으니 다음엔 꼭 가보리라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도착해 다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오래간만에 매운 라면도 끓여먹었다. 뜨겁고 매운것이 들어가니 좀 살것같았다. 

 

여담이지만 아이슬란드의 물은 정말 좋았다. 샤워를 하거나 세수를 하면 정말 피부가 뽀송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수돗물이나 파는 병의 물이나 같은 물이라하였는데 마셔도된다고 했다. 사실 물이 바뀌면 소화가 잘 되지않고 절대 해외에서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나마저도 아이슬란드의 수돗물이 생수맛같이 느껴졌다. 

 

이미 어두워진 호텔밖은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바람소리만 들렷지만 문을 열고 테라스로 서보았다. 보름달이 환하고 오로라지수도 낮긴했지만 반짝이는 별들과 구름한점없는 하늘을 보니 오늘은 오로라를 기대해도될듯했다.

 

창문앞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너무 피곤하여 11시쯤 알람을 해놓고 잠이 들었지만 나는 피곤했는지 일어나지 못하고 사각거리는 폭신한 이불속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결국 이날도 오로라는 허탕을 치고말았다.

 

하지만 500km의 겨울 산길을 무사히 통과하고 그토록 보고싶었던 데티포스도 마음에 담게 되었으니 그보다 만족스러운 날을 없었을듯하다. 

 

(5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