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행지이든 처음 발을 딛는 곳은 설레고 두렵기 마련이고 여행중에는 새로운 세계에 감동하며 여행을 마쳤을때는 대부분 집에 가고싶다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 일반적이다. 나의 30여년간의 여행지들중 단 하나 그 "집에 가고싶다"는 마음이 들지않은 곳. 바로 아이슬란드였다.
2018년 가을 처음 그곳을 다녀온후 우습게도 일주일간은 정말 꿈속에서 그곳을 운전하고 있었고 3개월은 계속 머릿속에서 그곳의 풍경이 그려지며 알수없는 노스텔지어같은 마음으로 그리워했다는 것이 진심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곳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글도 써왔지만 사실 사진이나 이야기만으로는 그곳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눈꼽만치도 전할 수 없었다.
아이슬란드는 아직 전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이며 한국에서마저도 이제 막 매체로 소개되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삼삼오오 모여 가는 여행지라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특히 미국 중부지역은 여름철에만 개설되는 항공편으로 이곳에 대한 관심조차도 매우 적은편이다.
그런곳에 투어를 계획하다니 사실 여행사로써는 손해보는 장사일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많은 사람을 보내고 싶은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아는 지인들만이라도 이곳에 보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치를 혼자 봤을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친구들이다.
그러던중 오래전부터 그곳에 관심이 많았던 지인들의 참여로 5월에 드디어 아이슬란드 투어가 계획되었고 소수로 하는 여행이라 전체 여행은 아이슬란드에 이미 마련된 액티비티를 포함하면서 또 자유로운 개별여행에 맞는 계획으로 만들었다.
작년 9월에 보았던 중요한 곳들과 그때 보지못했던 세세한 지역들까지 포함하였고 8일간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첫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내리는 순간부터 작년 9월의 아이슬란드인가 싶을정도로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작년 9월은 겨울에 들어가던때라 온 세상이 갈색빛의 황량함을 느꼈다면 5월의 아이슬란드는 모든 것이 새롭고 태어나는 푸른빛이었다. 이래서 같은 곳이라도 계절마다 가면 다른것인가보다.
여행을 할때는 날씨신의 은총이 있어야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같은 곳이라도 구름이 끼고 비가 오고 게다가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칠때는 주변의 풍경보다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는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옐로스톰이라는 폭풍주의보가 자주 오기때문에 한번 옐로스톰을 겪게되면 본의아니게 아이슬란드에 2-3일을 더 머물게되기도 한다.
신기한것이 그렇게 2-3일을 더 머물면서도 어느 여행객 하나 불평이 없다는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으 그 눈보라와 폭풍마저도 즐기는 자연인들이다.
나또한 여행할때 비가 오는것을 그리 개의치는 않았지만 같이 여행온 지인들에게 구름속에 갇힌 웅장한 산의 모습과 햇빛에 투영된 잔잔한 호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하여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비가 오면 비오는대로 그 비를 즐기며 안개가 끼면 안개가 낀대로 살떨리며 안개를 헤쳐가는 그 즐거움이 바로 여행의 참맛이 아닌가했다.
어떤 길에서는 주변을 돌아가는 산마다 몇백개가 되는 자잘한 폭포들의 장관에 모두 감동하였고 인간의 발자취를 전혀 볼 수 없는 오지를 지나며 만나게된 아이스 케이브는 마치 우리가 신에 의해 선택된 사람들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여행이 후반부에 접어들어 화창한 날씨에 더 많은 트레일을 걷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던 여행은 8일이라는 시간이 언제갔는지 모를 정도로 후딱 가버렸다.
여행을 마친 지인들은 최고의 여행이라는 찬사와 다음에 어딜가든 나와 함께 하겠다는 다짐(?) 마저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곳을 그들또한 사랑하게된 것에 나는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을 이루지않았나싶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이전에 여행했던 어떤 곳과는 다른 곳이다. 이전에 했던 여행의 방식이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통하지않는다.
여행을 출발하기전 지인들에게 식당이 많지않아 음식을 준비해야된다는 말에 다들 반신반의했지만 다녀오고난후 그 말의 의미를 알게되었다. 섬을 다 돌게되면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만나게 될거란 말에 마찬가지로 반신반의하였지만 결국 그 의미를 온몸으로 만끽하였다.
여행을 마친 나는 여전히 그곳을 향하고 있으며 이젠 다른 계절에 그곳을 또 만나고싶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연이 만들수 있는 그 한계를 알 수 없는 이곳.
이곳 아이슬란드에서는 철저히 "나"를 만날 수 있으며 그 광활한 대자연에서 "나"의 보잘것없음과 겸손함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때문이다.
-------------- 다음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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