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많은 관광지중에도 단연 이탈리아는 북부, 중부, 남부 등 지역에 따라 색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있다. 많은 유럽투어중에서도 일정중의 반이상을 이탈리아를 구경하는것처럼, 스위스와 근접한 북부이탈리아의 꼬모(Como)는 호수와 산속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며 , 중부의 로마(Rome)나 피렌체(Firenze)는 오랜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을 경험할수 있다. 남부는 아름다운 절벽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진 작은 마을들과 아기자기한 이탈리아를 만나게된다. 이탈리아의 수많은 도시들중 아마도 단연 최고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Venezia)일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베네치아는 오래전부터 지리적인 잇점으로 서유럽과 동유럽간의 중계무역을 통해 지중해 지역을 꽉잡고있엇던 곳이다. 그래서 무역으로 쌓은 그들의 부로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 뛰어난 화가와 예술가들이 모여 르네상스를 이룬곳이다. 그래서 베네치아를 부르기를 라 세레니시마 베네치아(Serenìsima Repùblica de Vèneta), 즉 가장 고귀한 공화국 베네치아로 부르고있다.
유럽의 일정에 따라 베네치아를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나는 로마에 숙소가 있었고 일일코스로 베네치아를 방문할 계획이라 새벽에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향했다. 로마에서 베네치아는 가장 빠른 프레치아로사 열차를 타면 3시간30분정도 걸린다.
어른들을 모시고 간 관계로 프레치아로사 열차 일등석을 예매했는데 기차가 출발하면 샌드위치나 간단한 간식거리가 들어간 봉지와 머피나 샴패인등 음료수를 선택할수있다. 새벽에 로마를 출발하느라 호텔에서 간단한 과일만 가지고 탔는데 나름 괜찮았다. 특히 이태리의 커피는 길거리든 기차안이든 진하고 맛나다.
베네치아에는 두개의 기차역이 있는데 산타루치아(Stazione di Venezia Santa Lucia)와 메스트레(Venezia Mestre) 역이라 사람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베네치아 종착역이라 함은 산타루치아 역임을 잊지말자.
역에 내리면 다른 이태리의 도시들과 사뭇 다른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기차역 바로 앞의 카날에 즐비한 배들. 이것이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운송수단중에 하나인 수상버스인 바포레토이다.
* 물위에 지어진 세상에 하나뿐인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를 일일코스로 여행하는 경우 기차역에서 베네치아 중심인 산마르코 광장까지 걸어갔다가 산마르코 광장에서 수상버스나 택시를 타고 다시 기차역으로 오는 경우가 좋은듯하다. 역에서 광장까지 이정표도 잘 되어있고 워낙 관광객이 많아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아직 힘이 있을때 베네치아를 자세히 둘러보고 돌아올때는 또 수상버스나 택시를 타고 베네치아의 운하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일품이기 때문이다.
기차역을 뒤로하고 왼쪽으로 난 스파냐 거리로 들어서면 많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많은 호텔들과 식당들로 번화한 스파냐 거리를 지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하얀 대리석 건물은 산타 마리아 디 나자레스 성당으로 베네치아에서 유일하게 카라라 대리석, 즉 대리석중에 가장 품질이 좋은것으로 지은 건축물이다. 카라라 대리석은 석에 매우 까다로웠던 미켈란젤로가 조각을 하거나 건축용으로 이용해서 유명해진 대리석으로 피렌체의 두오모성당이나 유명한 건물들에는 대부분 이 대리석을 썼다고 한다.
성당밖으로는 다시 베네치아의 수로를 통해 우리가 익히 보아오던 다른 도시들과 다른 베네치아에 탄성이 튀어나온다. 여행좀 한다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와아.." 이것이 바로 이 도시의 매력아닐까?
점점 좁아지는 골목길을 지나다가도 다시 광장이 나타나고 다시 길은 좁아졌다. 골목은 여행객들로 붐비다가도 광장에 이르면 다시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갔나싶게 한적한 광장들도 있다.
관광객들로 꽉채운 골목을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골목길의 안쪽으로 난 좁은 골목을 보게될때가 있다. 이곳에는 여행객들의 눈길이 닿지않는듯한, 그저 스쳐지나갈만한 그런 곳이었지만 그곳엔 이곳 주민들의 빨래가 널려있고 창가에는 꽃들이 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을만한 곳처럼 정겨웟다.
나는 내가 살아오던 세상과는 다른 모습의 도시를 걸으며 몇천년을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온 이들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매년 계속되는 홍수와 온난화, 그리고 도시인구보다 많은 관광객들의 쓰나미를 견디며 이곳을 지켜오고 보존하는 모습이 말이다.
내가 스무살때 왔던 베네치아는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왠지 예전보다 도시가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무엇일까. 뉴스에서 떠들던 베네치아 시민들의 데모에 관한 이야기도 전혀 찾을수 없었고 그저 도시는 생업에 열중하고 전세계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갑자기 맛있는 빵냄새같은 것이 나 고개를 돌리니 귀여운 팬캐익가게가 있었다. 팬케익전문점은 셀프식이었는데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와 생크림을 올린 팬케익은 아침으로는 금상첨화였다. 모두 셀프식이라 접시전체에 생크림과 초코렛을 부어도된다.
우리는 이정표도 보지않고 그저 관광객들이 가는 곳을 따라 걸으며 도시를 구경했다. 사실 관광객의 뒤를 따르기보다는 그저 어디든 가다보면 산마르코 성당이 나타나지 않겠나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한골목을 지나면 나오는 수로와 건물들의 모습에 감탄하느라 지도따위는 필요하지도 않았나보다.
* 베네치아에만 있는 교통수단, 곤돌라
베네치아 하면 빼놓을수 없는 것이 바로 "곤돌라"이다. 이곳에만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데 길이는 11미터, 무게는 600키로에 달하는 배로 손으로 깎아만드는 배다. 이 배를 운전하는 운전사는 "곤돌리에르" 라고 하는데 아무나 곤돌리에르가 되지는 못한다. 자격증을 따서 배도 운전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전세계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특히 노래실력이 좋다면 금상첨화라고 한다. 가격은 인당 15분에 40-50유로, 30분에 80-100유로 정도 한다.
곤돌라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운하를 건널때 타는 "트라게토" 가 있는데 승선장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인당 3-5유로정도 한다. 곤돌라의 비싼 요금때문에 타기 꺼려진다면 트라게토를 타고 운하를 건너보는것도 괜찮다. 다만 트라게토를 탈때 베네치아 사람들은 절대 앉지않고 서서 간다고 하는데 운하의 출렁거리는 물살을 서서 견딜 약간의 용기도 필요할듯하다.
걷다보니 점점 번화해지는 것이 리알토 다리에 가까워진듯했다. 골목길마다 흩어져있던 인파들이 다 리알토 다리에서 만나듯 이곳은 여행객들과 곤돌라, 그리고 수상버스 등이 모두 모인듯 번화했다.
유명한 리알토 사진을 사실 찍지 못했는데 너무 많은 인파로 사실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밀려 내려왔다고 하는 편이 나을수도 있다. 하지만 리알토 다리위 사람들사이에 낑겨서 바라본 베네치아는 정말 살아있는 도시란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때운 팬캐익이 베네치아 도시를 걷다보니 어느새 소화가 됬는지 지나가는 골목길들의 음식들만 보이는 것이 점심먹을때가 된듯하다.
리알토 다리 주변에 많은 번화한 음식점이 있었지만 우리는 조금 더 이동하여 조금 한적한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번화한 곳에서 밥을 먹다가는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아니면 사는 곳을 알수 없는 비둘기들과 함께 식사를 할것같아서였다.
여행하기전엔 많은 맛집들을 검색해보지만 사실 여행을 다니다보면 맛집이고 머고 그저 배가 고플때 눈앞에 있으며 적당한 가격과 깨끗한 식당을 고르게 되는것같다. 가끔은 그런 곳에서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게되듯이 말이다.
스파게티의 가장 기본인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 이곳에서 가장 기본에 충실하고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맛을 만났다.
이제 배도 부르고 잠시 쉬었던 다리를 이끌고 우리의 베네치아 관광 종착지인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한다. 지나가면 노란 색의 화려한 4성급호텔이 카발레토 호텔과 그앞에 즐비한 곤돌라들이 보인다. 리알토주변 곤돌라를 타게되면 좀 번화하고 파도가 심한 베네치아를 경험하고, 카발레토근처에서 출발하는 곤돌라들은 잔잔한 운하사이에서 곤돌리에르의 우렁찬 오페라 노래가 건물사이를 울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산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산 마르코 대성당이 보인다.
* 베네치아의 중심이자 역사를 간직한 산마르코 광장
산마르코 대성당은 마가복음의 저자인 성 마르코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내부에는 비잔틴 양식의 특징인 황금빛 모자이크로 유명하다.
이슬람교도들에게 살해된 성 마르코의 유해는 원래 이집트에서 발견됬는데 알렉산드리아에 그가 세운 성당에 묻혀있었다. 그후 이슬람왕에 의해 그의 무덤이 훼손될 위험에 처하자 베네치아의 상인들이 그의 유해를 돼지고기로 덮어 몰래 빼내오게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산마르코 성당옆의 높은 건물은 대종루로 입장료를 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베네치아 전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1500년대 새로 세워진 이 종루는 1900년대 부서져 다시 세운것이라 엘리베이터가 있다.
산 마르코 성당옆의 시계탑은 시계탑 꼭대기의 청동상이 종을 쳐서 시간을 알려주는데 정각이 될때마다 들려오는 종소리는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날개달린 사자는 성 마르코를 상징한다고 한다. 각 시를 상징하는 12궁도를 시침은 태양, 달은 분침이 지나가는데 정말 세밀하고 화려한 시계같다.
마침내 오게된 산마르코 광장과 성당을 세세히 둘러보게되면 이들의 섬세한 기교와 오래 기간 보존해온 그들의 노력에 감탄할 수 밖에없다.
* 산마르코광장보다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에서 즐기는 진한 핫초코
산마르코 광장주변에는 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 플로리안이 있다.
내부는 아주 오래된 그림들로 벽과 천정까지 도배가 되어있고 아마도 습기로 부터 보호하려는 유리막이 되어있었다. 실내 탁자나 의자들도 아주 고풍스러웠다. 턱시도를 입은 웨이터들이 아주 정중하게 안내하고 있어서 무슨 고급 레스토랑에 온듯하지만 이곳은 커피나 디저트를 파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유럽의 대표적인 문학가나 음악가들이 방문했던 곳으로 1720년부터 전해내려오는 핫초코는 꼭 마셔봐야될것같았다.
핫초코와 커피, 몇가지 달달구리 디저트를 주문했는데 300년된 핫초코는 달지않고 씁쓸하고 진한 카카오맛인데 마치 초코렛죽같다고 할까? 아주 걸쭉했다.
이곳에서는 수준높은 연주회가 개최되는데 사실 밖에서 들어도되지만 카페내에서 음료와 디저트를 시키면 음식값외에도 연주비가 인당6유로정도 포함되어 계산되었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산마르코광장과 역사를 함께 해온 이곳에서 300년된 핫초코와 함께 광장에서의 여유는 한번쯤은 만끽할만하다.
카페를 나와 광장을 떠나기전 다시 한번 소광장쪽에 바라보는 베네치아를 둘러보앗다.
산마르코 소광장쪽에서 보이는 기둥들이 대종루와 함께 굳건히 도시를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칼레궁전의 하얀 대리석 기둥의 모양은 마치 우리가 자주보는 루이비통모양같다. 루이비통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것일까?
이제 기차시간에 맞추어 산마르코 광장에서 출발하는 바포레토 수상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선착장앞에서는 매너리즘미술의 대표작이라고 하는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을 소장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도 보였다. 다음에 베네치아에 오게되면 이번에 그저 바라보기만한 곳들도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바포레토는 수로의 각 역을 정차하기때문에 사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30분정도가 걸린다 생각하면 정차시간 및 수로에서 다른 배들이 지나가는것을 기다리는 것을 고려해 30분정도를 더 계산해야되는것같다.
로마로 돌아가는 기차안에서는 모두 골아떨어질 정도로 고단한 여행이었지만 연로한 부모님에게 이곳을 보여드렸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또한 스무살때 보았던 베네치아보다 지금의 베네치아가 더 감동적인 이유는 이제 나도 세상을 조금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내공이 생긴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보지못한 곳들이 많은 베네치아. 아마도 그 이유때문에 다시 베네치아를 찾게되지않을까? 살아가는 일생에 꼭봐야되는 곳이 잇다면 단연 손꼽을 수 있는 베네치아. 이탈리아의 소중한 보석같은 도시였다. **
'ELLIE'S JOURNAL > EURO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들의 도시 아테네를 가다(Athens) 1편 - 프롤로그 (0) | 2020.08.18 |
---|---|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런던 (0) | 2018.08.14 |
비오는 봄날의 런던 (0) | 2018.08.14 |
스코틀랜드 투쟁의 역사, 에딘버러성(Edinburgh Castle) (0) | 2018.06.24 |
풀리지않는 미스테리속의 스톤헨지(Stonehenge)를 가다 (0) | 2018.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