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지내게된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는 어찌보면 나에겐 미국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서울의 빽빽한 아파트촌과 강남의 빌딩숲속에서 일했던 나는 아직도 처음 도착한 미시간주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한여름 남편이 십년도 넘은 혼다 시빅을 끌고 공항에 마중나왔을때 공항밖을 걸어나왔을때 맡은 그 첫 공기, 그 털털거리는 차를 타고 도착한 푸른 나무숲속의 한적한 대학기숙사 그리고 우리집앞에 뻥 뚫린 푸른 공원. 마치 자연속 별장에 떨어진 느낌이랄까.
다른 유학생부부들은 복잡한 도시에 살다가 한적한 외국시골로 오게되니 대부분은 지루하고 답답해했지만, 나는 그곳이 천국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가난하고 불투명한 미래로 고민도 많았지만 한편 그 시절이 여전히 그립다.
겨울이 6개월인 미시간과 달리 여름이 6개월인 달라스로 이사왔을땐 처음에 적응이 매우 힘들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눈이 많이 오던 미시간이 그리웠다.
한겨울 허벅지까지 푹푹 쌓이던 눈속을 파자마바람으로 걸어댕겼던 기억들 하며 기숙사 앞 탁트인 공원앞 그네를 탔던 기억들도 그리웠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가끔 연휴가 낀 주말이면 아이들과 미시간에 여행을 가곤한다. 그때는 가보지못했던 다운타운의 맛집들과 동네사람들만 가는 강가의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뛰어놀며 그때는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았다. 특히 유학생들에게 유명한 일본 우동집은 거의 매일 가곤한다.
미시간주에 살았지만 그때는 여유가 없어 가보지 못했던 북부 미시간을 둘러볼 계획을 세워보았다.
미시간주하면 어떤 것이 생각나는가?
아마도 자동차로 유명한 디트로이트 그리고 "많은 물"이란 인디언의 이름에서 의미하듯 거대한 호수들. 그리고 눈, 겨울.
사실 캘리포니아나 동부처럼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이곳은 아직 변화가 많지않고 청정한 자연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오대호는 슈페리어호, 미시간호, 휴런호, 이리호 그리고 온타리오호를 지칭하는데 이중 온타리오호를 제외한 4개의 호수는 모두 미시간주를 감싸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후퇴로 미시간주의 산업중심인 디트로이트가 쇠락의 길을 가고있지만 그곳의 자연은 언제나 상큼하고 푸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다.
* 미중부 부자들의 별장이 있는 트레벌즈시티(Traverse City)
미시간주 북부의 관광도시인 트레벌즈시티(Traverse City)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관광지 또는 리타이어 시티로 유명했다. 아마도 청량한 공기와 녹음속에서 조용히 여름을 보내고자하는 미중부 부자들의 별장도 많은 곳이다. 가까운 곳에 미시간주의 어퍼반도(Upper Peninsula)와 로어반도(Lower Peninsula)를 연결하는 매키나 아이랜드도 유명한 관광지이다.
이곳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달라스에서는 시카고를 경유하여 트레벌즈시티로 가는 방법도 있고 우리처럼 길게 미시간을 여행하는 경우는 가장 큰 공항이 디트로이트에서 운전하면 4시간정도 소요된다.
디트로이트에서 북부미시간으로 가는 길옆으로는 초원들과 옥수수밭이 펼쳐진다.
트레벌즈시티에 도착하기전 우리는 미시간주의 수많은 호수들중 일종의 주립공원인 트레벌즈베이(Traverse Bay)란 곳에 도착했다.
바다같은 이 호수는 미시간호수의 아주 작은 한부분이니 미시간호수가 얼마나 큰지 상상이 가지않는다. 텍사스의 더위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던 우리는 한여름이었지만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춥기도했지만 오랜 더위에 지쳐있던 우리에겐 정신을 깨우는 차갑고 맑은 호수바람이었다. 그리웠다. 시원한 바람아.
시내로 들어오니 도심은 크고 작은 고급샵들과 쉬크한 식당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있다. 우리는 아시안퓨전식당인 '레드진저'란 식당으로 들어가보았다. 한국식과 멕시칸을 섞은듯한 음식도 있고 아주 깔끔한 음식들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운타운을 돌아보며 운전하느라 지친 몸도 풀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며 마치 우리도 이곳에 별장이 있는 부자들처럼 망중한을 즐겨보았다.
* 슬픈 전설이 어린 거대한 모래산, Sleeping Bear Sand Dune
이제 다시 우리의 여행목적지인 트레벌즈시티의 서쪽에 위치한 "Sleeping Bear Sand Dune National Lakeshore" 로 향한다. 잠자는 곰의 모래언덕이라? 도대체 미국 한 중간에 위치한 미시간주의 북쪽에, 그것도 녹음이 우거진 이곳에 모래사막이 있단 말인가?
여행하기전에 북부미시간에 대해 검색하다가 이곳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게한 사진이 있다. 먼가 주변에서는 볼수 없었던, 나를보고 꼭 보러오세요 하는 사진이었다.
이곳에도 저번 글인 데블스타워처럼 인디언의 전설이 있는데 이번에도 스토리모드로 이야기해볼까한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에.. 미시간호수 맞은편인 위스콘신쪽에서 엄마곰 한마리, 아이곰 두마리가 살기좋은 미시간주로 이사오기 위해 풍덩! 헤엄쳐서 오려고 미시간호수를 건너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헤엄치다보니 호수가 너무 큰거야.. 겨우 엄마곰은 도착하여 이곳 모래언덕에서 아이곰들이 오나 안오나 바라보았단다~
그런데 아기곰들은.. 글쎄 너무 힘이 들어 미시간호수가 너무 넓고 깊어서 그냥 빠져죽고만단다..
이 두마리 아이곰이 바로 지도에 보이는 두개의 마니투섬이란다.
그렇게 엄마곰은 여기 모래언덕에서 하염없이 아이곰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전설이 어려 이곳을 "잠든 곰의 모래 언덕"이라고 부른단다..
비지터센터를 들르면 이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더 과학적으로 알 수 있다.
오대호는 오래전 빙하기에 캐나다쪽의 빙하가 깍아 만들어졌다. 그때 빙하가 밀려내려오면서 엄청난 모래를 밀어내리게 되는데 빙하기때에는 얼음속에 뭍여 쌓여가던 모래가 빙하가 녹으면서 세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것이다.
전망대까지는 도로가 뚫려있어 편하게 드라이브 할 수 있는데 참으로 상쾌하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나무와 선선한 공기가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아보았다.
가는 길에 전망대가 몇군데 있어 들러보았다. 파란 호수와 푸른 녹음이 아름답긴했지만 우리의 기대를 만족시켜줄만하진 않았다.
다시 마지막 전망대인 "미시간호수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먼가 경고메시지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좀더 기대가 되었다.
경고! 모래슬라이드 지역! 경사가 심하니 트레일을 벗어나지마라? 먼가 강려크해보인다.
나무숲을 지나고 나니 내 눈앞에 펼쳐지는 바로 이 광경.
갑자기 숨이 탁 트이면서 눈앞에는 바다같은 미시간 호수가 펼쳐졌다. 햇빛에 수없이 반짝거리며 끝이 보이지 않는 미시간호수는 정말 바다같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한편 발밑으로는 아찔한 경사의, 정말 어마어마하게 끝이 얼마나 내려가야할지 가늠도 가지않는 모래산이 펼쳐졌다. 그 아래로는 짧은 모래사장이 보이는 미시간 호수가 보이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뛰어내려가다 뒹구는 아이들, 중간중간 앉아 쉬는 사람들, 어른들은 아이들을 들쳐업고 끙끙대며 올라오고 있는데 거의 까마득한 절벽같은 그곳을 도전하는 그들이 무척 신기하면서도 힘들어보였다.
갑자기 여기까지 왓는데 내려가봐야지 하는 마음이 요동치다가도 다시 올라올 생각에,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르내리는 것은 거의 실신직전까지 갈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먼저 한번 내려가보기로 했는데 조금 내려가던 남편이 다시 올라오면서 내려가는것도 위험하고 올라올때 아이들과 특히 나에게 매우 힘들것이라고 가지않는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결국 이번 여행은 내려가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후에 지인이 이곳에 부모님을 모시고 내려갔던 이야기를 듣게되었다. 듣고보니 우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지않은것은 참으로 잘한 판단이었다. 너무 어린 아이들과 너무 나이드신 어른들은 내려가지않는것이 좋고 젊은 분들도 1-2주정도는 운동으로 다리와 호흡을 단련하기를 추천드린다. 오르내리는 시간도 많이 걸리므로 시간여유도 많이 둬야한다고 한다.
내려가는것도 경사가 급하여 주의를 많이 요구되며 여름엔 햇빛도 강하여 모래에 반사되는 열로 지인의 부모님도 내려가시다가 중간에 포기하셨다고 한다. 밤새 아쉬움이 남으셨는지 다음날 날씨가 시원해져서 결국 다시 와서 부모님도 완주하셨다고한다. 이곳을 오르내린 기억은 최고이며 인생에 한번은 꼭 해볼만하다고 하였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사람도 적고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으며 노니 우리는 멀리 작은 곰섬이라는 마니투섬과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가슴이 시원하게 맑아지는 전경을 감상하였다. 세상에 몇 안되는 눈과 가슴이 후련해지는 전망이랄까.
정말 호수란 생각이 들지않을 정도로 바다같았다.
발 아래로는 60도의 엄청나게 급경사인데 사진으로는 사실 감이 잘 오지않았다. 나의 하찮은 사진과 글로는 이곳의 감동을 전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래서 사람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다.
*60도말고 45도의 경사라면 한번 도전해보는 샌드 듄 등반
ABC사의 아침프로인 굿모닝 어메리카에서 ""Most Beautiful Place in America"로 뽑힌 Sleeping Sand Dune 이 아무리 아름답다하여도 사실 차에 오를때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거기까지 갔는데 미시간호수까지 내려가보지 그런 아쉬움말이다.
전망대에서 만난 아저씨는 밑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나와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여기가 힘들수 있으니 조금 더 가면 Dune Climb 이란곳이 있는데 45도 경사라 가볼만 할것이라 추천해주었다.
바로 도착한 듄 클라임이 주차장에서 보이는데 높기도 하고 마치 우리를 덮치는 모래파도같기도 하고 오를수 있을지 조금 의구심도 들었지만 우리는 더이상 아쉬움을 남기고싶지않아 바지를 걷고 오르기 시작했다. 예전에 데쓰밸리에서 사막을 걷다가 신발을 모두 버린 기억이 있어서 신발을 벗고 오르기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언덕을 올라가니 다시 완만한 모래사장이 있고 다시 그위로 언덕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아래서 본게 다가 아니었다!
평소에 숨쉬기운동만 하던 나는 집에 돌아가면 운동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저만치 뛰어간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올라갔다. 이것도 힘든데 아까 내려가지 않은것을 내심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어느정도 올랐다하고보니 모래사막이 끝나고 나지막한 트레일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미시간호수까지 갈 수 있으나 3-4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거기까지 가는것으로 하였다.
우리는 모래산위에 앉아 후들거리는 다리도 쉴겸 모래성도 만들고 푸른 숲과 매마른 모래의 조화를 만끽하며 마음속의 아쉬움을 털털 털어버렸다.
참 많이 올라왔는데 위에서 바라보는 주차장은 매우 가깝게 보인다. 모래가 어찌나 고운지 맨발로 다녀도 전혀 찔리거나 아프지않았다.
내려가는 길은 한순간이었다.
그러고보니 이곳도 우리의 인생사를 그대로 보여주는듯하다. 목적을 가지고 오르기는 어려우나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이렇게 쉽게 내려오니 말이다. 어찌보면 오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목적을 가졌다면 초심으로 변하지않고 꾸준히 오르는 의지와 체력, 이것이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시간주는 곳곳에 숨겨진 비경들이 많다. 변화가 많지않기때문에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정겨운 곳도 많고 한편 오래전 유럽에서 이주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마을을 만든곳도 많이 있다.
바다같이 큰 호수라 곳곳에 자리한 등대들도 방문할 수 있으며 저녁노을이 정말 예술인 곳도 많이 있다. 자연 청정지역으로 조용히 여가를 즐기고 싶다면 먼가 느리게 가는 미시간으로 여행해보길 권유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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