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이나 책자들을 보다보면 "죽기전에 보아야할 곳" 같은 제목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기사들이 있다.
나 또한 죽을때 못 보거나 못 해본것이 있다면 왠지 아쉬움이 남을것같은 생각으로 이런 기사들을 눈여겨 보긴하지만, 사실 따지고보면 세상엔 못보고 못해보고 죽는것이 더 많지않을까 싶다. 그러니 너무 이런 기사들에 강박증을 가지고 여행을 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아름다운 절경들이 있으며 또 어떤 이들에게는 시시한 절경이나 또 어떤 이들에게는 일생에 잊혀지지않을 풍경들이 있다. 같은 장소라 해도 여름에는 시시했던 장소들이 가을 단풍과 바람에 흐날리는 낙엽들로 인해 인생 최고의 아름다운 장소로 기억되는것처럼 말이다.
미국에 살다보니 미국의 절경들만큼은 꼭 다 보고싶은 욕심에 어느덧 미국안에서는 거의 50개주를 다 돌아다녀보았고 미국에 왔다면 가장 유명한것이 서부의 캐년들인데 이곳도 어느정도는 다 섭렵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몇번을 가보아도 서부의 캐년들은 넓고 광활한 지역에 걸쳐있고 한 국립공원을 본다하여도 3-4일은 족히 걸리는 지역이라 여전히 아직도 가볼 곳이 많다는 것에 설레임마저 있다.
미서부에서 요즘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캐년은 나바호 인디언 지역에 숨어있는 "엔텔롭 캐년"이다.
1931년경에 길잃은 양을 찾던 인디언 소녀에 의해 발견된 이 캐년은 1980년대말 소수의 사진작가들에 의해 자유롭게 사진을 찍던 장소였으나 이곳의 아름다움을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거쳐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인디언에 의해 지역이 통제되고 상업적으로 인디언의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매년 조금씩 오르는 투어료때문에 말들이 많지만 난 사실 그렇게 하는것에 반대하는 편은 아니다. 이곳이 만약 모든 사람에게 다 오픈이 되었더라면 아마도 이곳의 수많은 바위들에 이름이 새겨지고 낙서를 하며 쓰레기로 넘쳐나는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게다가 이 수입은 인디언들에게 돌아가니 이 척박한 땅에 던져진 인디언들에게 어느 면에서는 도움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엔텔롭캐년은 스랏(Slot Canyon) 캐년의 일종으로 갑작스런 소나기로 급류가 굽이쳐 흐르며 좁고 깊게 생겨난 협곡을 말한다. 슬랏 캐년 중에서는 요르단의 Siq 캐년 및 이집트의 colored canyon 등이 있지만 이중에 앤텔롭 캐년이 가장 유명하다.
앤텔롭 캐년(Antelope Canyon)은 상류의 어퍼 앤텔롭 캐년(Upper Antelope Canyon)과 길 건너 하류의 로우어 앤텔롭 캐년(Lower Antelope Canyon)으로 나눠져 있으며 어퍼캐년은 지상에서 걸어서 투어가 가능하고, 로우어 캐년은 사다리를 타고 지표면의 좁은 틈을 따라 지하게 내려가야 투어가 가능하므로 혹 일행중 연세가 많거나 거동이 힘든분들이 계시다면 어퍼캐년으로 가야한다.
어퍼캐년은 주로 주황색과 노란색의 색감이 있으며 오전 11시경 빛이 스며들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4-10월 정오무렵 방문은 따로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어퍼 캐년의 특징은 좁은 캐년틈을 타고 들어오는 햇빛광인데 방문시간과 시간대에 따라 여러개의 태양광이 다양한 지점에 있게되어 같은곳에 있어도 마치 다른 장소인것같은 느낌이다.
로어캐년은 어퍼와 다르게 빛이 약해지면서 진한 푸른색과 보라빛의 색감이 있는 캐년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므로 조금 위험해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몇년전 입구쪽 사다리에서 발을 헛디딘 분이 사고를 당한 이후로 입구부분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다.
그도 그럴것이 그저 황량한 사막에서 마치 지하로 내려가는듯한 동굴에 엔텔롭캐년의 구비구비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부터 올리다보면 아래의 경사나 사다리가 보이지않게되니말이다.
인디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건 그냥 시작일 뿐이예요"
정말로 그랬다. 입구의 그 두근거림은 캐년안으로 들어갈수록 탄성이 되어 입밖으로 튀어나온다. 좁은 캐년속에서 어디를 둘러보아도 물과 빛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걸작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말이나 글로는 표현이 되지않는다는 말이 딱 이곳이다.
한 그룹씩 인디언의 가이드에 따라 들어가게되어 앞 뒤 그룹과 거리가 있긴하지만 이곳의 절경에 사진찍느라 발걸음이 늦어지는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인디언 가이드들은 가장 사진이 멋있게 나오는 스팟에서 셀카를 찍어주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저기를 찍어보라 이야기도 해준다.
두 캐년의 각각의 입장료가 70불에 육박하고 게다가 나바호fee 까지 합하다보면 사실 두곳 모두 보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두 캐년중 어느것을 보아야할까?
두 캐년중에서 고르라 하면 참으로 난감하다.
사실 태양광과 캐년의 아름다운 조화로 어퍼캐년이 방문객이 더 많으며 누구나 방문하기 편리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로어캐년을 인디언들이 spiral rock arches라고 부르듯 이곳은 기하학적인 나선형의 곡선의 캐년이며 어퍼캐년에 비해 slot이 더 기울어져있고 폭이 좁아 캐년의 모습은 어퍼보다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데 다만 태양광이라는 어퍼캐년의 특징때문에 외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캐년 모두 아름다우며 이전에 어느곳에서본 그 어느 캐년보다도 독특하며 환상적인 곳이다.
이곳을 다녀온후 어땠는냐는 지인들의 물음에 참으로 난감하여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실제의 장관이 전해지지않는듯하여 그저 "꼭 한번 가봐야할 곳이다" 로 마감할 수 밖에 없는 그런곳이다.
엔텔롭캐년이 있는 페이지 지역에는 말발굽모양의 캐년인 홀스슈밴드와 레이크파월, 그리고 캐년안을 보트투어할 수 있는 곳 등등 많은 관광지가 모여있는 곳이다.
엔텔롭캐년에서 멀지않은 곳에 꼭 가봐야할곳중에 하나가 바로 홀스슈 밴드(Horseshoe Bend) 이다. 이곳은 콜로라도강이 만든 가장 걸작으로 콜로라도 록키산맥에서 시작된 강이 이곳에서 갑자기 270도로 꺾이면서 마치 말발굽모양같이 휘어 돌아나가는 모습이라 "Horseshoe Bend" 라고 불리고있다.
주차장에서는 왕복 1.5마일되는 짧은 트레일이지만 더운 여름에는 110도를 넘는 더위로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는 곳이기도하다. 멀리서는 홀스슈밴드의 바위가 잘 보이지않지만 가까이 갈수록 콜로라도강에 의해 움푹 패여진 절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라 거의 절벽끝에 도착해서야 말발굽모양의 홀스슈 바위가 보이는데, 정말 안전대 하나 없이 돌위에 서서 보는 이곳의 전경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콜로라도강이 비켜가는 거대한 붉은 바위는 나바호 샌드 스톤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샌드스톤이라고 한다. 방향은 오른쪽에서 흘러나와 앞쪽을 빙 둘러 왼쪽으로 나가는데 이 강물이 다시 그랜드캐년을 만든 주인공인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절벽에 전혀 안전장치나 난간이 없는 관계로 조금만 삐긋하면 떨어져 부상 또는 사망에 이르기 매우 쉬운곳이다. 그래서 곳곳에 경고표지판이 있지만 최근까지도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소녀에 이르기까지 이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그대로 떨어져 죽은 사건들이 많은곳이다.
특히나 최근 그랜드캐년에서 낙상하여 미국의 어마어마한 의료비 청구로 인해 한국이송이 힘들었던 사건까지 있었던 것을 감안해본다면 정말 여행중 안전은 항상 최고의 덕목이 되어야 할것이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이때, 한번쯤 자연이 만든 걸작들의 보고인 서부로 향해보는것은 어떠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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